유럽연합(EU)의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가 한국 증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22일 코스피지수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기업실적 기대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박스권 상단에 다시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의 관심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유럽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쏠리고 있다.

세계 증시 조정을 불렀던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가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7월에는 남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국채 만기가 몰려 있어 '7월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유럽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남아있는 유럽발 리스크의 정도를 확인하고, 이후 코스피지수의 추이를 가늠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험자산 선호도 개선에 힘을 실어 세계 증시 반등과 함께 코스피지수 박스권 돌파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 23일 유럽 스트레스테스트 발표…"금융시장 충격 제한적일 듯"

EU는 오는 23일 오후 6시(한국시간 24일 오전 1시)에 91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발표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는 EU 전체 은행 업종의 65%(자산기준) 수준이며, 국가별로는 스페인(27개), 독일(14개), 그리스(6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에서는 91개 대상 은행중에서 10개 내외의 은행들이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은행 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살아남은 은행에 대한 신뢰회복이 진행되고, 유럽 금융권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지난해 미국 스트레스테스트 전례와 현재까지 알려진 상황 등을 고려하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 일부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자본확충을 요구 받겠지만, 이 역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중심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스트레스테스트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 등이 과거 미국 사례와 비교해 불명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테스트에 대한 신뢰와 이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스트레스테스트…국내증시 파급 효과는?

증권업계에서는 유럽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로 인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발표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스트레스테스트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언론보도가 있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예단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이후 시장이 안도하는 모양새를 나타냈고,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이와 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로 세계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개선되면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 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세계 증시가 반등하고 이와 함께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지수 박스권 돌파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세계 증시 부진이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해소된다면 한국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상승추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 역시 "금융시장의 안정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재료"라며 "이번 주말에 스트레스테스트결과가 나오면 하나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해석하고 보다 긍정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다만 현 시점에서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은 기업실적에 비해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증시에 있어 유럽 재정위기 문제보다는 미국 경제지표, 기업실적 호전 문제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그동안 기대가 일부분 반영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럽 스트레스테스트 발표가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중립적인 변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 김하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