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버디&보기] 처음 본 퍼트라인이 가장 정확하다
"4라운드 17번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 속상했어요. 코치(캐디)가 브레이크를 덜 보라고 했는데 내 실수로 못 넣었어요. "

2010브리티시오픈에서 아마추어 최고 성적(공동 14위)을 낸 정연진(20)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을 설명한 대목이다. 정연진은 그 퍼트라인에 대해 캐디와 합의를 하고도 정작 스트로크할 때에는 미심쩍어했고,결과는 뼈아픈 보기로 이어졌다.

골프에서 매 샷은 이처럼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는 샷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의사결정이 한순간 번복되는 일이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는데,나중에는 저렇게 생각한 결과다. 퍼트 명수 보비 로크(남아공)는 "퍼트할 때 의구심을 갖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퍼트뿐일까? 골프는 우유부단함보다 단호함이 더 어울리는 스포츠다. 사례를 보자.

◆오르막과 내리막

그린에 올라 볼 뒤쪽에서 퍼트라인을 살펴보니 오르막이었다. 그 다음 뭔가 미심쩍어 볼 반대편에서 보니 이번에는 내리막 같다. 혼선이 일면서 갈피를 못 잡는다. 마침내 두 번째로 본 라인(내리막)으로 생각하고 살짝 친다. 결과는 '턱없이 짧음'이다. 볼 뒤쪽에서 처음 본 오르막 라인은 골퍼가 그린에 접근하면서 관찰하고,동반자가 퍼트한 것을 참고하며,쭈그려 앉아 살핀 총체적 정보의 결과다. 이를 믿지 못하고 즉흥적 판단으로 느낀 것을 취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프린지에서 웨지냐 퍼터냐

볼이 그린 프린지에 멈췄다. 잔디 길이는 그린과 페어웨이의 중간쯤이다. 평소 하던 대로 퍼터를 쓸까 하는데,왠지 '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동반자는 "퍼터로?"라며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웨지를 잡는다. 잔디가 길지 않은 그린 밖에서 퍼터와 웨지 중 어느 클럽이 더 사용하기 쉬운지는 골퍼들이 잘 안다. 좀 불안한 가운데 웨지로 친 볼은 토핑이나 뒤땅치기가 되면서 홀에서 5m 이상 떨어진다. 퍼터로 쳐 홀에서 2~3m 안에 볼을 갖다놓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충동 억제하고 '루틴' 중시하길

퍼트든 드라이버샷이든,골퍼 나름대로의 '루틴'(샷을 하기 전 일관되게 반복하는 과정)이 있다. 타이거 우즈나 교습가 데이브 펠츠는 "긴장된 순간일수록 루틴을 지키는 것이 실수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늘 하던 루틴에서 벗어나 다르게 해보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골프는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실수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하이 스코어'로 직결되기 쉽다.

골프팀장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