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업자 변호사 그리고 스파이' 출간

최근 미국을 뒤흔든 러시아의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

그녀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화려한 미모로 상류층이 주로 다니는 레스토랑과 고급 클럽을 드나들며 영향력 있는 기업가들과 폭넓은 인맥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페이스북 친구 명단에는 백악관 자문위원을 지낸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들어 있어 미 당국에 충격을 안겨줬다.

채프먼 사건은 냉전이 끝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첩보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특히 산업 첩보전은 오히려 냉전 종식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브로커 업자 변호사 그리고 스파이'(더숲 펴냄)는 스파이 산업의 역사와 실체를 파헤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먼 제이버스는 산업 스파이들을 밀착취재해 베일에 싸여 있는 민간 스파이 산업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 이민자 앨런 핑커턴.
19세기 중반 스코틀랜드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극심한 가난을 피해 미국에 건너온 그는 우연치 않게 발견한 화폐 위조단 정보를 당국에 제공, 유명세를 타게 되고 이후 탐정 회사를 설립해 기업들에 첩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급성장한 민간 첩보회사들은 핵심 기술과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며 세계 경제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첨단 위성을 이용해 시설을 감시하고 가짜 웹사이트를 만드는 등 수법도 첨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저자는 전직 CIA 요원의 말을 인용해 "스파이 활동은 변하지 않는다.

전술은 인간 역사에서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경제전문방송 CNBC 기자를 거쳐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유려한 글솜씨로 스파이 세계의 뒷이야기를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유경 옮김. 384쪽. 1만6천900원.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