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6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할 전망이다. 현재 달러당 86엔 중반 수준인 엔 · 달러 환율이 85엔 이하까지 떨어질 경우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BOJ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BOJ가 향후 1~2개월 동안 엔 · 달러 환율이 85엔 선에 머물러 있을 경우 추가적인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9일 "85엔 선이 무너지면 BOJ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그동안 BOJ가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마지노선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BOJ는 2004년 3월 이후 외환시장에 실질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6년 만에 BOJ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불거진 이유는 최근의 급격한 엔화 가치 상승이 일본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엔 · 달러 환율은 20일 86엔 중반 선을 유지했다. 5월 초 95엔 수준에서 8% 하락했다. 엔 · 달러 환율 하락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에 따라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부각된 엔화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는 부진한 내수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출기업들에는 악재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경우 엔 · 달러 환율이 90엔 이하로 내려가면 이익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WSJ는 분석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도 지난주 "지나친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엔화 강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16% 급락했다.

이에 따라 더 이상의 엔 · 달러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BOJ가 개입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대표적인 엔화 약세주의자라는 점도 BOJ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간 총리는 올초 엔화가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며 적정 환율을 '90엔대 중반'으로 제시했다. BOJ가 어떤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BOJ가 추가로 일본 국채 매입에 나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엔 · 달러 환율이 84.8엔까지 떨어지자 BOJ는 시중은행에 0.1%의 고정금리로 10조엔(약 139조원)의 3개월 만기 단기자금을 공급,엔 · 달러 환율을 91엔 수준까지 올리기도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