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명쾌한 메시지로 심사위원 사로잡았죠"
"지금부터 48시간 안에 1분짜리 모바일 광고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럼 시작하십시오."

지난달 2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광고제 영라이언스 필름부문에 출전한 8년차 아트디렉터(영상 담당) 김진형 제일기획 프로(31 · 왼쪽)와 3년차 카피라이터(문구 담당) 이성하 제일기획 프로(28 · 오른쪽)가 배정받은 부스 크기는 약 3.3㎡(1평)에 불과했다. 있는 것이라곤 태극기와 매킨토시 1대,카메라가 달린 노키아 휴대폰 1개뿐이었다. 광고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나머지는 오로지 신선한 발상으로 채워야 했다.

그동안 김 프로는 '우리는 누군가의 박카스다'로 유명한 박카스 광고와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 현대카드 광고를,이 프로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쿡앤쇼'로 브랜드 론칭을 알린 광고와 삼성 하우젠의 '씽씽 · 제로캠페인' 등을 두루 맡았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인 칸 광고제의 영라이언스 필름부문에서 39개국 대표팀을 제치고 아시아 처음으로 1등상인 금상을 받았다. 영라이언스는 만 30세 미만 광고인들이 48시간 동안 주어진 기자재를 이용해 주제에 맞는 광고를 만드는 시합이다. 본상 12개를 제외한 유일한 번외경기로,젊은 유망주를 발굴하는 일종의 '신인상'이다. 본상과는 달리 즉석에서 광고를 만들기 때문에 발상 순발력 팀워크 등을 요구한다. 이제껏 아시아 최고 기록은 한국과 일본이 사이버부문에서 은상을 탄 것이었다.

주어진 과제는 동물학대와 관련된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말자는 모바일 광고를 만드는 것.이 프로는 "반성을 유도하거나 특정 국가를 비하해서는 안된다는 등 제약이 까다로워 다음 날 점심시간까지 아이디어 회의만 했다"며 "실험적인 영상도 좋지만 결국 쉽고 명쾌하게 가자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작품은 이렇다. 첫 사진에서 사람들은 코끼리를 타고 관광을 한다. 다음 사진에선 코끼리가 버스로 바뀐다. 이런 식으로 목에 두른 코브라를 꽃 목걸이로,물개와의 공놀이를 아이와의 공놀이로 바꾸는 등 사진 속 동물을 사람이나 사물로 교체하고 '동물 없이도 여행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문구를 제시했다.

"국제 광고제 수상 비결이요? 과제를 얼마나 잘 파악해 단순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는지,또 팀워크가 잘 맞느냐에 달렸죠." 김 프로가 강조했다.

광고계에서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의 궁합은 부부 궁합과 비교될 정도로 중요하다. 김 프로는 "아이디어 소통이 원활했고,내가 사진을 찾아 합성하는 동안 성하는 카피와 배경음악을 구상하고 출력할 장소를 찾아내는 등 손발이 척척 맞았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심사날.김 프로는 심사위원의 행동을 엿보다 위원 15명 전부가 한국 부스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작품을 보고 웃더군요. 그때 '됐다'는 생각이 들어 대기실에 있는 성하에게 달려가 껴안았죠." 그들은 부상으로 내년 칸 광고제 참관권과 항공권을 받았다.

김 프로는 "광고의 핵심은 쉬운 영상과 분명한 메시지"라며 "꼼꼼한 디테일을 가미해 본상 1등상인 그랑프리를 타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프로는 "평상시에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기업 광고가 칸 광고제에서 수상할 정도로 상업성과 크리에이티브를 둘 다 갖춘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