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경영선진화자문위원회(위원장 이종옥 서울여대 교수)라는 기구가 결성돼 있다. 이 조직의 위원은 모두 28명.이들은 학계 연구기관 유관단체 등에서 선정된 사람이다. 위원회는 한국에서 최고의 중소기업 전문가들이 모인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선 전 중소기업학회장인 이윤보 건국대 대학원장을 비롯 과수근 · 김준기 서울대 교수,박광태 · 김동원 고려대 교수,이원창 연세대 교수,남주하 서강대 교수,이정희 중앙대 교수, 신경식 이화여대 교수,정지만 상명대 교수,오철호 숭실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연구기관에선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포함돼 있다.

유관단체에선 김은호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 회장,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전수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정월자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이 등이 참석한다.

이 위원회는 지금까지 모두 일곱 번 열렸다. 위원회에선 항상 '어떻게 하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선진화자문위원회 위원들의 건의와 요청으로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올 하반기부터 다양한 신규 사업을 펴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달부터 채권은행의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된 64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업체에 대해서는 정책자금의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또 북한투자 관련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55개 기업에 대해 349억원의 자금상환을 연기해주기로 했다.

특히 자금난을 겪는 기업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선 10억원 내에서 추가로 '긴급경영안정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중진공은 하반기에 '사회적 기업'에 대해 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주고 내년에는 1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선진화자문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중진공은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동남아지역 개도국 기술자들을 초청,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기술협력연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지금까지 서울 여의도 중진공 14층 회의실에서 항상 열렸다. 그러나 지난 7일 열린 제7차 위원회는 충북 청원 오창산업단지에서 개최됐다. 이곳에서 회의를 연 것은 한국에서 매우 열악한 중소기업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대표적인 기업을 찾아가 위원회를 열자는 뜻에서 비롯됐다.

오창산업단지에 입주한 메타바이오메드(회장 오석송)가 그 주인공이다. 7차 회의에서 오석송 회장은 자신이 지난 30년간 부대껴온 고난에 찬 '중소기업 인생'을 허물없이 털어놓았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친인척의 돈을 끌어다 쓰고 빚만 남아 알거지신세가 됐다. 1993년 6월,결국 그는 자살을 결심했다. 신경안정제 '세코날' 30알과 소주 몇 병을 들고 선친이 묻힌 경기도 송추 운정공원묘지를 찾았다. '먼저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썼다. 일단 소주를 마신 뒤 수면제를 먹기로 하고 소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그러다 잠이 들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보니 세코날이 산소 앞에 널려 있었다. 이때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지금부터 사는 인생은 덤이다. 죽을 용기로 일하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있는 힘을 다해 다시 한번 뛰어 보자."

그러나 이미 친인척과 형제들에게 빚을 너무 많이 진 그는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모교인 선린상고 친목회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 오 회장은 이 돈으로 청주 산동네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사무실을 얻어 다시 치과재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국내외 시장으로 달려갔다. 지구촌을 그야말로 실타래 감듯 돌아다녔다.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300만마일을 달렸다.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개발한 치과용 봉합원사,치과용 충전시스템,인공뼈(골수복재) 등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금 메타바이오메드는 전 세계 90여개국에 210개 거래선을 갖고 있다. 미국과 캄보디아에 현지법인을 두고 전체 매출액의 95%를 수출한다. 영업이익은 24% 선.이미 치과용 봉합사분야에선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다.

이날 공장 안을 둘러본 경영선진화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메타바이오메드처럼 정부의 정책을 잘 활용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업계 학계 언론계 등이 함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