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소비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거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식하는 공동체 관계가 형성되기를 원한다. 공동체 관계가 형성되면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해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뿐 아니라,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거나 다양한 후원 활동으로 협력한다. 이런 공동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브랜드가 갖춰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질이 '브랜드 품격'이다.

마케팅의 구루 필립 코틀러(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품격 있는 브랜드는 '의지할 만하고,믿을 만하며,나를 염려하고 존중해주고,더 나아가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도록 하는 브랜드'다.

품격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신뢰 형성 이론에 따르면,브랜드가 소비자와 신뢰에 기반한 공동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실력이다. 제품의 질이 좋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리더십을 갖는 것이다. 둘째는 배려다. 고객과 시장 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태도를 갖고,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지조다. 브랜드 정체성과 마케팅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을 갖춰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신시내티에 있는 생활용품 생산업체 P&G다. 주방용 세제 등 대부분의 생활용품 시장은 일찌감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P&G는 특유의 네트워크형 개발 시스템으로 꾸준한 상품 혁신을 이뤄내는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또 파키스탄에서 항균비누 '세이프가드'를 출시하면서 손씻기로 설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대대적 캠페인을 벌여 '배려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170여년 동안 마케팅 기본 원리를 벗어나지 않는 지조도 물론 인정받는다.

또 다른 예는 친환경 식품 전문점 '트레이더 조'다. 유기농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한 이 회사는 농민이 생산한 농작물을 직접 사들이고,독점적으로 판매하며,자체 브랜드를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가 독점 판매하는 2달러짜리 와인 '찰스 쇼'는 '뉴욕의 지하철 요금보다 싸지만 맛과 향은 고급 와인에 버금간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단 실력을 갖춘 셈이다.

이 회사는 또 동 · 식물을 배려하는 친환경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다. 1977년부터 '나무 한 그루 살리기(save a tree)' 캠페인으로 재활용 장바구니 사용 운동을 시작했다. 최근엔 좁은 새장에 갇힌 닭들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자며 닭장 없이 태어난 달걀 구매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배려가 있는 회사다.

경쟁 업체가 8만 제곱피트 규모의 대형 매장에서 5만개 이상의 품목을 취급하지만,이 회사는 1만 제곱피트 규모 매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3000개 이하 품목만 판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지조도 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트레이더 조는 브랜드 품격을 갖췄다.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임직원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조직문화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 소비자들에게 '품격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은 회사다. 2001년 9 · 11 테러 이후 항공업계의 불황으로 대부분 업체들이 수화물 요금을 유료화했지만,기존 가격을 고수했다. 무차입 경영을 포기하는 대신 단 한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는 등 저가 정책과 직원 제일주의에 대한 지조를 보여줬다.

한국 기업들도 앞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들과 공동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품격'으로 승부해야 한다. 품격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가진 배려,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상품 개발이 우선이다.

soonhwa.choi@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