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강남부자의 ELS 투자‥2009년초 "주가 오른다" 확신…5000만원 투자해 1년만에 1700만원 벌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초자산 선택 잘못하면
원금 반토막 나기도
원금 반토막 나기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정종형씨(53)는 작년에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으로 3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작년 2월에 투자한 지수형 ELS가 6개월 만에 15%의 수익률을 올려 조기 상환됐다. 11월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해 19%의 수익률로 3개월 만에 역시 자동으로 조기 상환된 것.
정씨처럼 ELS 투자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실패담도 적지 않다. 2008년 5월에 500만원으로 ELS에 투자한 박민경씨(38 · 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올해 5월 327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해당 ELS의 기초자산이 됐던 은행주 주가가 금융위기를 거치며 크게 떨어져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하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30% 이상의 손실을 보는 ELS.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실전 투자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5000만원 투자해 1년간 1700만원 수익
정씨가 ELS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당시 그는 주가 상승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졌다. 정씨는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고 있었던 데다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단지들의 매매가가 조금씩 오르는 것을 보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생각을 했다"며 "5000만원 정도의 현금을 굴릴 곳을 찾던 중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직접투자에 나서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종목을 직접 고르는 것도 힘들거니와 차익 실현 타이밍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담당 프라이빗뱅커(PB)와의 상담을 통해 ELS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주가 상황에 따라 확정된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 끌렸다"며 "주가가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해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5000만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750만원의 수익을 내며 자신감이 생긴 정씨는 지수가 아니라 종목과 연계된 ELS에 투자해 보기로 했다. 위험성이 큰 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호황을 눈여겨보던 정씨는 삼성전자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다시 5000만원을 투자했고 3개월 뒤 5950만원을 돌려받았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5000만원을 6700만원까지 불린 것이다. 정씨는 지난 4월부터 코스피지수와 상하이H주를 기반으로 하는 ELS에 다시 한번 투자해 놓았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사는 방미자씨(58)는 의도치 않은 장기 투자로 수익을 올린 경우다. 2008년 3월 지인의 권유로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때 50% 가까이 손실을 봤다. 하지만 이후 관련 종목의 주가가 회복되면서 30%의 수익을 보고 만기 상환했다.
방씨는 "처음부터 여유자금을 가지고 단기 상환보다는 2년 동안 투자할 계획으로 ELS에 가입한 결과"라며 "손실이 났을 때 중도 환매했다면 손해가 막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률 44%에 달하기도
은행주 관련 ELS에 투자한 박씨는 ELS의 성격과 업종 전망을 잘못 이해해 투자를 그르친 경우다. 그는 "2008년 초에는 주가가 이미 어느 정도 올라 있어 주식형펀드에 돈을 집어넣어도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없었다"며" 운이 좋으면 6개월 만에 20%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ELS에 끌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박씨는 대형 인수 · 합병 이슈로 은행들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한지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돈을 넣었다.
하지만 중도 상환은커녕 6개월 만에 투자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버렸다. 그 순간 박씨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절대적인 지수 하락폭보다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ELS 판매 담당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주식형펀드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할텐데 ELS는 만기가 되면 무조건 상환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손실금액은 파생상품의 무서움을 배우는 데 따른 수업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권창민씨(45)도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을 잘못 선택해 큰 손실을 입은 경우다. 권씨는 2007년 11월 SK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금융위기가 지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SK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2009년 11월 만기가 됐을 때는 손실률이 44%에 이르렀다. 2년간 투자한 3000만원 중 132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권씨는 "증시가 회복되면서 주위에 ELS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나서서 극구 말린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장기 · 분산투자가 정답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두 가지를 든다. ELS의 기초자산이 무엇인지가 수익률에 직결된다는 점과 가능한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ELS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작년부터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IT주에 기반한 ELS에 투자한 덕분에 3개월 만에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반면 박씨와 권씨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은행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
정재훈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는 "자신이 투자하는 ELS의 기초자산 업종에 대한 자기 나름의 시각이 있어야 ELS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며 "아무리 시장이 좋더라도 투자 시점에 고점인 종목과 연계된 ELS에 투자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나의 ELS에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3~4개 정도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그는 "4000만원을 투자한다면 1000만원은 지수 관련 ELS에,3000만원은 조선,IT,은행 등 서로 다른 업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업종에 나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우에 따라 3~6개월 만에 조기 상환되기도 하지만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했다면 손실을 봤을 방씨가 장기 투자를 통해 손실을 만회한 것이 단적인 예다. 강신욱 신한금융투자 서초지점PB는 "조기 상환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만기까지 가는 ELS 상품이 많다"며 "짧게 자금을 운용하려는 투자자라면 ELS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정씨처럼 ELS 투자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실패담도 적지 않다. 2008년 5월에 500만원으로 ELS에 투자한 박민경씨(38 · 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올해 5월 327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해당 ELS의 기초자산이 됐던 은행주 주가가 금융위기를 거치며 크게 떨어져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하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30% 이상의 손실을 보는 ELS.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실전 투자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5000만원 투자해 1년간 1700만원 수익
정씨가 ELS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당시 그는 주가 상승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졌다. 정씨는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고 있었던 데다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단지들의 매매가가 조금씩 오르는 것을 보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생각을 했다"며 "5000만원 정도의 현금을 굴릴 곳을 찾던 중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직접투자에 나서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종목을 직접 고르는 것도 힘들거니와 차익 실현 타이밍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담당 프라이빗뱅커(PB)와의 상담을 통해 ELS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주가 상황에 따라 확정된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 끌렸다"며 "주가가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해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5000만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750만원의 수익을 내며 자신감이 생긴 정씨는 지수가 아니라 종목과 연계된 ELS에 투자해 보기로 했다. 위험성이 큰 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호황을 눈여겨보던 정씨는 삼성전자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다시 5000만원을 투자했고 3개월 뒤 5950만원을 돌려받았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5000만원을 6700만원까지 불린 것이다. 정씨는 지난 4월부터 코스피지수와 상하이H주를 기반으로 하는 ELS에 다시 한번 투자해 놓았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사는 방미자씨(58)는 의도치 않은 장기 투자로 수익을 올린 경우다. 2008년 3월 지인의 권유로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때 50% 가까이 손실을 봤다. 하지만 이후 관련 종목의 주가가 회복되면서 30%의 수익을 보고 만기 상환했다.
방씨는 "처음부터 여유자금을 가지고 단기 상환보다는 2년 동안 투자할 계획으로 ELS에 가입한 결과"라며 "손실이 났을 때 중도 환매했다면 손해가 막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률 44%에 달하기도
은행주 관련 ELS에 투자한 박씨는 ELS의 성격과 업종 전망을 잘못 이해해 투자를 그르친 경우다. 그는 "2008년 초에는 주가가 이미 어느 정도 올라 있어 주식형펀드에 돈을 집어넣어도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없었다"며" 운이 좋으면 6개월 만에 20%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ELS에 끌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박씨는 대형 인수 · 합병 이슈로 은행들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한지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돈을 넣었다.
하지만 중도 상환은커녕 6개월 만에 투자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버렸다. 그 순간 박씨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절대적인 지수 하락폭보다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ELS 판매 담당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주식형펀드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할텐데 ELS는 만기가 되면 무조건 상환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손실금액은 파생상품의 무서움을 배우는 데 따른 수업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권창민씨(45)도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을 잘못 선택해 큰 손실을 입은 경우다. 권씨는 2007년 11월 SK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금융위기가 지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SK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2009년 11월 만기가 됐을 때는 손실률이 44%에 이르렀다. 2년간 투자한 3000만원 중 132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권씨는 "증시가 회복되면서 주위에 ELS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나서서 극구 말린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장기 · 분산투자가 정답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두 가지를 든다. ELS의 기초자산이 무엇인지가 수익률에 직결된다는 점과 가능한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ELS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작년부터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IT주에 기반한 ELS에 투자한 덕분에 3개월 만에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반면 박씨와 권씨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은행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
정재훈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는 "자신이 투자하는 ELS의 기초자산 업종에 대한 자기 나름의 시각이 있어야 ELS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며 "아무리 시장이 좋더라도 투자 시점에 고점인 종목과 연계된 ELS에 투자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나의 ELS에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3~4개 정도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그는 "4000만원을 투자한다면 1000만원은 지수 관련 ELS에,3000만원은 조선,IT,은행 등 서로 다른 업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업종에 나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우에 따라 3~6개월 만에 조기 상환되기도 하지만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했다면 손실을 봤을 방씨가 장기 투자를 통해 손실을 만회한 것이 단적인 예다. 강신욱 신한금융투자 서초지점PB는 "조기 상환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만기까지 가는 ELS 상품이 많다"며 "짧게 자금을 운용하려는 투자자라면 ELS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