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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로 가는 窓] 러시아‥무역대금ㆍ전화요금도 선불…러시아엔 신용결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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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윤수 KOTRA 모스크바 센터장
    신용카드 쓰는 개인ㆍ기업 극소수…
    돈 미리 안내면 물 한병도 못사
    러시아를 처음 찾은 국내 기업인들에게 현지 시장 상황을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선불 관행이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수출할 때 대금결제가 신용장(LC)보다는 은행 송금(TT)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아직도 빈번하다.

    신용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세금을 덜 내려는 러시아 기업들이 재무 상태를 외부에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재무자료가 있어도 대외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이나 이익에 관한 자료가 투명하지 못해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재정 수입을 확보해야 하는 세무당국에서는 기업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징수하기보다는 거래가 확인되는 초기 단계에 세금이나 준조세를 부과한다.

    회사 운영에서도 돈을 미리 내지 않으면 물 한병도 사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경비를 선불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러시아 기업이나 개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건을 구매하면 자기 계좌에서 돈이 바로 빠져 나가는 직불카드가 대부분이다.

    일반 가정의 전기료나 통신비와 유선TV 수신료까지 모두 선불이다. 입금액이 바닥나면 그대로 서비스가 끊긴다. 인근 국가에 출장을 가서 입금된 잔액을 생각하지 않고 전화를 사용하다 보면 전화가 먹통이 돼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기요금도 지난달에 사용한 요금을 감안해서 다음 달 예상 요금이 청구된다. 최근 전력산업이 독립채산제로 민영화되면서 전기 공급도 선불제로 바뀌었다. 전기요금 납부가 며칠이라도 늦어지면 전기를 갑자기 끊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서비스 요금을 선불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길거리에 설치된 전자입금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가 입금액의 5~10%에 달하는 게 문제다.

    러시아 경제가 선불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본주의로 경제체제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1998년의 모라토리엄 같은 신용 붕괴 사태를 겪으며 형성된 불신 풍조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아직도 주로 문서에 의존하는 낙후된 정부 행정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아직도 옛 사회주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거주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3일 이상 체류하는 여행객을 비롯해 러시아 내 장기 체류자들도 외국에 갈 때마다 전출과 전입 신고를 반복해야 한다. 전출입 신고가 늦어지거나 누락하면 거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엄격한 거주등록제를 운영하면서도 정작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행정 전산망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다른 도시에서 이사왔을 때 거주하는 주택의 소유자가 전입을 승낙해주지 않으면 거주등록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거주지와 거주 등록지가 다른 사람이 너무 많다. 신용은커녕 주소지도 잘 파악이 안 되는 개인들을 믿고 후불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에 장기 주재하러 오는 외국인들은 정착 과정에서 수많은 문화적 차이를 겪는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은행계좌를 개설하려면 여권 사본을 러시아어로 번역해서 공증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여권은 개인이 소지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신분증명서인데도,이를 믿지 못해 공증을 받도록 하는 러시아의 신용 시스템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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