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주 많이 올랐는데…" 포트폴리오 교체에 질문 쏟아져
2년 전부터 간간이 주식 투자를 해오던 김경식씨(64 · 가명)는 1년 전 은퇴하면서 퇴직금까지 전부 털어넣어 본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3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경기 부양 가능성만 믿고 건설주에 집중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직접투자의 한계를 절감한 김씨가 선택한 대안은 '자문형 랩'이었다. 그는 지난 15일 오후 삼성증권 서울 삼성타운지점에서 열린 자문형 랩 투자설명회를 찾아 강연을 들은 뒤 이 같은 결심을 굳혔다. 김씨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투자한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며 "전문가 도움을 받으면서 포트폴리오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자문형 랩에 2억원 정도 투자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문사 포트폴리오 조정에 관심 많아

삼성증권 투자설명회장은 김씨처럼 자문형 랩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에 찾아온 투자자 70여명으로 가득찼다.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50~60대 장년층과 주부가 절반 이상이었다. 20대 학생이나 30대 직장인도 여럿 있었다. 1시간30분 남짓 이어진 강연에서 투자자들은 나눠준 강연요약본을 살펴보고 강사의 설명을 꼼꼼히 메모하며 경청했다.

직접투자에 실패했거나 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경험 탓에 자문형 랩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강연 집중도가 높았다. 자문형 랩 가입에 앞서 투자설명회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50대 주부는 "2007년 가입한 국내 펀드는 회복했지만 해외 펀드는 아직도 16%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여서 더 이상 펀드에 들지 않기로 했다"며 "여기저기 알아봐도 요즘 적당한 투자처는 자문형 랩밖에 없다고 해 가장 좋은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은 자문사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7공주' 종목(LG화학,하이닉스,기아자동차,삼성전기,삼성SDI,삼성테크윈,제일모직)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조정 가능성에 집중됐다. 한 참석자는 "자문사가 좋아하는 삼성전기는 PER이 30배가 넘어가는데 포트폴리오에서 계속 투자를 해도 괜찮은 것이냐"고 묻고 "이런 과열 투자는 자문사의 포트폴리오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개인들의 추격 매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를 방지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이 자문사를 전수조사한다는데 괜찮냐"며 자문형 랩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질문도 이어졌다.

◆차별화된 자문형 랩 마케팅 치열

자문형 랩 시장이 2조원대로 급성장하면서 이처럼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신상품을 소개하는 증권사의 투자설명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현대증권이 포항지점에서 자문형 랩 설명회를 열었고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도 수시로 설명회를 마련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설명회를 통해 10개 안팎의 종목으로 구성된 단순 포트폴리오와 차별화된 신규 자문형 랩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20여개 자문사 중 전월 성과가 좋은 2개 자문사를 매달 새로 선정해 자문을 맡기는 '투톱 랩'과 삼성 · LG · 현대차 그룹주에 집중 투자하는 '3대그룹 집중형 랩'을 지난달 출시한 뒤 투자설명회에서 본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지난달 출시한 투자금액의 0.4%를 선취수수료로 받고 연 10% 이상의 수익이 나야 성과보수를 받는 'H컨설팅성과보수형랩'을,하이투자증권은 자문사에 운용 업무까지 위탁한 '탑건자문사연계형랩'을 투자설명회에서 적극 권유하고 있다.

자문형 랩이 펀드처럼 다양해진 만큼 투자자들은 자문형 랩의 운용 전략과 위험 손실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형진 동양종금증권 고객자산전략팀 연구원은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자문형 랩은 수익률 변동폭이 클 수 있어 펀드 이상으로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며 "펀드매니저의 과거 운용 성과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예전에는 성장주 유형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중소형주형 목표달성형 복합형 등으로 다양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가입 전 포트폴리오의 특성과 리스크 파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서보미 기자 bms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