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오를 땐 채권 사지 말라?…장기債는 오히려 투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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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부자는 지금
서울 강남에 사는 신모씨(65)는 요즘 채권을 사야 할지,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올 상반기에 주변 지인들이 채권을 많이 사둘 때만 해도 가만히 있었으나 부동산 시장이 계속 침체돼 마땅히 다른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통상 예금과 채권 등의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 투자의 패턴도 바뀌게 된다.
◆강남부자는 장기채권에 관심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는 채권에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값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럴 때 채권을 샀다가 팔면 손해를 본다. 채권 매매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싼 가격에 채권을 구입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강남부자들은 한은이 금리를 올릴 때는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지금은 채권에 눈길을 돌리지 말아야 할 때일까. 반드시 그렇진 않다. 강남 부자들은 "채권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을 수시로 사고 팔아 수익을 내는 채권형 펀드나 금리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 채권에는 투자할 때가 아니지만 5년 이상 장기 채권과 지방채는 '강추(강력 추천)'라고 했다.
김일수 씨티은행 PB팀장은 "과거 한은이 장기간 금리를 올렸던 시기를 보면,5년 이상 장기채권 금리는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 때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에 장기 채권 금리는 실제 금리 인상 3~6개월 전부터 올랐다가,정작 한은이 금리를 올린 뒤에는 슬슬 떨어지는 양상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금리가 정점이라는 것은 채권값이 바닥이라는 뜻.결국 지금이 5년 이상 장기채권 투자의 최적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 상품은 일부 정기예금으로 갈아타
강남 부자들은 또 금리 인상을 대비해 단기로 운영하던 현금을 정기예금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정기예금은 기본적으로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가입 기간별로 적용할 금리를 매일 고시하고 있어 같은 기간의 정기예금도 가입 일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리가 약간씩 달라지게 된다. 정기예금 투자 기간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기간별 금리 차와 함께 향후 금리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이연정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완만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단기로 운영하기 위해 단기수신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예치해 놓은 자금의 일부를 1년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설명했다.
◆금리 · 주가 반비례…주식투자는 관망세
금리와 주가는 반비례한다는 게 정설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을 경기 활성화나 수출 증가 등으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다져졌다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강남 부자들은 이런 시각에서 금리 인상이 투자 및 자산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금리 인상 이후 외국인 매수 재개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창은 한화증권 타임월드지점 차장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주식시장의 실적에 대한 자신감 및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다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식에 투자하려면 대출이 많은 기업을 피하고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이 많으면 이자부담이 커지게 되는 반면 현금이 많으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용등급이 높아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거의 없는 기업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차대현 삼성증권 대전지점 차장은 "연말까지 완만한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은행,보험 등 금융주와 화학,철강,서비스업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택렬 현대증권 논산 지점장은 "과거 금리가 인상되었던 시기에는 은행과 보험,증권 등의 업종이 높은 실적을 기록한 반면 운송이나 에너지,조선 등 상대적으로 시설투자가 많아서 대출이자 부담이 큰 업종은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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