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재정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사진)는 주제발표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이면서 기축통화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처럼 외국과의 상품 및 자본 거래 규모가 크고 변동성이 높은 나라는 외부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필수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불황기에 정부 지출을 늘리더라도 호황기에는 지출을 줄이는 재정정책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튼튼한 재정이 뒷받침됐기에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며 "당시 재정이 건전했던 것은 1980년대에 정부가 긴축정책을 펼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달리 긴축정책은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기 어렵다"며 "그러나 호황기 때 재정을 튼튼히 해 놓아야 불황 때 확장 정책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0년대 초 10%대 초반에 머물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2005년 30%,2010년 35%로 급증했다"며 "앞으로 닥쳐올지 모를 또 다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채 비율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지출을 통제하려면 개별 사업의 효과와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폈지만 경제성이 낮은 사업에 예산을 투입해 경기부양 효과를 얻지 못했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저출산 · 고령화와 양극화로 국민들의 재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현재 20%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22%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저항이 예상되는 세율 인상보다는 숨은 세원을 적극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