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2등주'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룹 내에서 핵심 부품 · 소재를 전담하거나 신성장동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13일 2000원(0.99%) 오른 20만5000원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17일 세운 사상 최고가(20만9000원)도 가시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며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 정밀기계 생산을 도맡고 있는 삼성테크윈은 이날 0.94% 오른 10만7000원으로 마감,6일 연속 올랐다. 2차전지업체 삼성SDI는 보합으로 마감했지만 이달 상승률은 4.34%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2.84%)를 웃돌고 있다.

종합부품업체 삼성전기는 2.29% 약세로 마감했지만 올해 상승률은 40%에 육박한다. 시총 11조1667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인 LG화학은 시총이 21조79억원으로 불어났다. LG전자(14조3780억원)와는 7조원 가까이 차이를 벌렸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6위로 그룹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대표주로 자리매김했다.

포스코그룹에선 그룹 내 시스템통합(SI)서비스를 전담하는 포스코ICT가 이날(2.53%)까지 6일 연속 상승세다. 증권업계에선 포스코ICT가 향후 IT 영역에서 신사업을 키워 '포스코 내의 삼성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전 계열사 중엔 원자력 발전주인 한전기술한전KPS가 약진하고 있다. 작년 12월 증시에 입성한 원전설계업체 한전기술은 11만7500원으로 마감,공모가(2만1600원) 대비 다섯 배 넘게 치솟았다. 한전KPS도 원전 보수시장 확대 전망에 올해 60% 넘게 올랐다. 모기업인 한전 주가는 올해 오히려 6% 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외 산업 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 삼성테크윈 삼성SDI 삼성전기 LG화학 등은 모두 그룹 내에서 부품이나 소재를 담당하는 업체들이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 · 소재를 국내 그룹사들이 연구 · 개발을 통해 국산화 비율을 높여감에 따라 이들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LED)나 2차전지,원자력 등 미래 성장동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2등주' 선전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