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합성지 생산업체인 삼영화학 주가가 보름 만에 30% 가량 치솟았다. 10년 만에 구경하는 주가급등에 때맞춰 경영진들은 자사주를 대거 팔아 52억원 가량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삼영화학이 올해는 전년보다 양호한 수준의 영업실적을 올리고, 주력 제품인 캐파시터필름의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주가급등에 힘을 보태줬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영화학은 이달 들어 2002년 1월부터 보유 중이던 자사주 32만1226주(지분 9.45%) 중 1226주를 제외한 32만주를 순식간에 팔아치웠다.

삼영화학은 지난 1일과 5일, 8일 세 번에 걸쳐 각각 10만여주씩 장내외에서 대량으로 매매한 것이다. 이 자사주를 사들인 대상은 NH투자증권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과 개인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사주의 1주당 평균 매매가격은 1만6184원으로 애초 매입가격(1만1950원)에 비해 4200원 정도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이번 매매로 14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자사주를 보유한 기간(9년) 대비 매매차익이 다소 적은 것으로 보일 수 있느나 '매매타이밍'은 그야말로 절묘했다.

삼영화학 주가는 2001년부터 작년까지 종가 기준으로 1만5000원선을 넘어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장중 한때 1만5000원을 웃돈 것도 2005년 두 차례와 2008년 한 차례 등 단 세 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이러한 주가가 이달 초부터 돌연 급등해 보름 만에 7000원 이상 뛴 2만2000원선까지 돌파한 것이다. 더욱이 이 회사는 지난 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시번복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되기도 했다.

삼영화학은 지난 4월 250억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증설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지 두 달여 만에 15억원으로 투자금액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정정공시했다. 이후 주가가 연일 급등하며 파죽지세다.

삼영화학은 이에 대해 "유통물량을 늘리기 위해 자사주를 판 것"이라며 "NH투자증권에 자사주 매매를 위한 위탁업무를 맡겼을 뿐 매입대상은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도현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영화학의 경우 저평가 기간이 너무 길었다"면서 "올해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삼영화학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6.1%와 36.2% 성장한 1854억원과 145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순이익은 94억원으로 2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또 "자사주 일부를 기관들이 매입했다가 이 중 일부를 장내에서 매매해 차익을 이미 실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약 32만주가 유통주식수로 더해지면서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영화학의 지분구조는 2010년 5월말 현재 총 유통주식수 340만주(100%) 중 최대주주인 이석준 대표이사 부회장 등의 보유지분이 약 64%(218만주)에 달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