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리베이트' 고강도 조사 착수…제약업계 "5년전 일까지 처벌하면…"
오는 11월28일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물론 이를 받은 의사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제약업체가 막판 리베이트 영업을 벌이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정부가 이를 근절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너무 몰아붙인다"며 "특히 과거 비리까지 신고 포상키로 한 것은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경찰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계부처 간 공조를 통해 제약사와 병 · 의원,약국 간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사례에 대한 일제단속에 착수하고 적발되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홈페이지(www.mw.go.kr)에 '의약품 유통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불법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신고를 받아 식약청과 지자체에 약사 감시를 의뢰하거나 검찰 ·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협조로 의약품유통 현지조사,의약품 생산 · 공급 · 사용 등의 패턴 분석(일명 데이터마이닝) 등을 통해 부당거래 개연성이 높은 업체를 선별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탈세나 불공정행위가 의심되는 제약사 등에 대해서는 국세청 및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공유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리베이트 엄벌 의지를 공표한 것은 최근 일부 제약사가 쌍벌제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 제공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유통정보 업체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 1~5월 상위 20위권 제약사의 매출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21~100위권 제약사의 매출총액은 15.4%나 늘었다. 또 21~100위권 제약사가 중점 공략하는 중소병원 및 의원의 매출 증가율은 14.0%에 달한 반면 종합병원 매출 증가는 8.5%에 그쳤다. A제약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매출 추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약사들이 올 들어서도 중소병원 및 의원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 1월 이토프라이드(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의 물질특허 만료 후 제네릭이 쏟아질 때 리베이트 영업이 횡행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연간 시장 500억원 규모의 B형 간염치료제인 아데포비어(GSK의 '헵세라')는 조성물특허가 2018년까지 유효한데도 D사,H사,B사 등이 특허분쟁을 감수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제네릭을 내놓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복지부는 공정거래위와 식약청 등에서 20여개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파악해 조사 중이며 부산,대전,광주,강원도 철원 등에서 적발된 사례는 이미 경찰에 조사자료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노길상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향후 리베이트 비리가 포착돼 적발되면 과거 사례까지 수집해 소급 적용하는 등 엄벌할 것"이라며 "제약사가 PMS(의약품 시판후 조사)와 기부행위,학술대회지원 등을 통해 병원이나 의사에 간접적으로 병원에 리베이트를 건네는 것도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발표될 시행세칙에 구체적인 리베이트 위반사항과 과거의 관행에 대한 처벌 구제방안을 명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리베이트 비리를 5년 전 것까지 적용해 신고 포상키로 한 것은 업계에 지나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작년 8월 복지부와 제약협회가 맺은 리베이트 근절협약 시점 이후에 발생한 리베이트 건에 대해서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