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 뒤편에는 후보들 간 끈질긴 '악연'이 자리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4선의 안상수 홍준표 후보는 당내 대표적인 '앙숙'이다. 전직 원내대표 출신인 이들의 악연은 2008년 입법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후보가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홍준표 원내대표의 원내운영 스타일을 강력 비판한 게 발단이 됐다. 안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자 홍 후보는 '전 원내대표가 원내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대부분의 의원총회와 공개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렇게 쌓인 앙금이 이번 전대에서 폭발했다. 홍 후보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며 "안 후보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고,안 후보 측은 "홍 후보의 사실왜곡 언동 및 흑색선전은 당규에 위반된다"며 홍 후보의 엄중징계를 요구하는 서한을 당 선관위에 발송했다.

서대문 갑을을 각각 지역구로 둔 이성헌,정두언 의원은 친박,친이의 핵심 인물로 늘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었다. 결국 이번 전대에서 이 후보가 "김유환 총리실 정무실장이 야당에 영포회 관련 문건을 제공했다"고 폭로하며 정 후보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고,정 후보는 이날 "이 후보가 큰 실수를 했다"며 정면대응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정 후보는 김대식 후보와도 감정의 골이 깊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정 후보가 권력 사유화 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퇴진을 촉구하자 이 의원의 측근인 김 후보는 이에 적극 대응하며 정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나경원 이혜훈 후보는 정치적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경우다. 두 사람은 2002년 이회창 대선 후보 특보로 함께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나 의원은 사실상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고,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각자의 길을 갔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