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물 진술 번복으로 한숨돌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의 대주주 릴리앙 베탕쿠르(87)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그같은 주장을 해온 핵심인물인 베탕쿠르의 전 회계사가 경찰조사에서 종전의 진술을 뒤집음에 따라 한숨을 돌리게 됐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8일 경찰이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사르코지 대통령이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베탕쿠르의 전 회계사 클레어 티보에 대한 예비조사를 벌였으나 티보가 사르코지 대통령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일간 리베라시옹도 티보가 앞서 경찰에서 한 진술에 의문점에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보는 조사과정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파리근교 뇌이에 있는 베탕쿠르의 저택에서 현금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동화(fairy tale)"라며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결코 정기적으로 현금봉투가 전달됐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스캔들은 에릭 뵈르트 노동장관과 베탕쿠르간 관계에 대한 의혹에서 출발했으며 이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연금개혁에 타격을 줬다.

연금개혁 방안을 뵈르트장관이 주관, 내주 내각에 제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주 들어 티보가 경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당시 선거자금 모금책임자였던 뵈르트장관이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의 형태로 불법기부금을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궁지에 몰리게 됐다.

그러나 티보가 자신의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혁 주무장관의 낙마 등 큰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연금 개혁안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베탕쿠르의 회계장부도 이른바 '뭉칫돈'이 은행에서 빠져나와 정치인들에게 흘러갔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되기 힘든 것처럼 보이고, 뵈르트장관이 예산장관 당시 베탕쿠르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줬다는 의혹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힘이 되어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극도로 낮은 국정지지도와 연금개혁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등 사르코지 대통령이 곤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이번 정치스캔들로 주목받고 있는 베탕크루는 프랑스 주간지 '챌린지'가 프랑스내 500대부자를 조사한 결과 명품업체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과 유통그룹 오샹의 소유주인 뮬리에 가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베탕쿠르의 재산은 올해 주가급등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40%나 불어난 144억 유로(미화 181억달러 규모)나 됐다.

(파리 AFP=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