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저소득 지역가입자 매칭펀드'는 보건복지부가 내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할 대표적인 복지 사업이다.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내야 하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국가가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면서도 소득이 적어 연금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19만여명의 영세사업자에게 본인부담 연금보험료의 절반(월평균 2만3000원)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정부가 세금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고,복지 예산 증가가 향후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복지부 "나중에 쓸 세금 아낀다"

복지부는 올해 확정할 예정인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국민연금 저소득 지역가입자 매칭펀드 제도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재정부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에 이 계획을 반영했다.

복지부는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10년간 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첫해 13만5000명부터 시작해 4년 후에는 19만명에게 월 평균 2만3000원을 10년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지원 대상자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서 납부 예외자인 500만명 중 국가가 절반을 지원할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들이다.

복지부는 근로자의 경우 연금보험료(소득액의 9%)의 절반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가 부담해야 할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자'가 납부하고 있듯이 영세 자영업자들이 내야 하는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국가'가 대신 납부하면 가입자가 더 늘어나게 되고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가 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상자들이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월 13만5000원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소득이 생기는 만큼 저소득층이 극빈곤 상태에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배금주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차상위계층으로,차상위계층은 차차상위계층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이들이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을 때 들어가게 될 세금 1조2228억원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가입자 대상으로 매칭펀드를 운영하기 시작해 직장 가입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 국민연금 "곤란하다"

재정부는 연금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라 살림살이의 상태를 고려하면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상대 재정부 복지예산과장은 "연금이 고갈된 경우 국고에서 지원하는 사례가 있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연금보험료 납부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보험이라는 국민연금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별 가입자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도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가 편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가입자를 지원하게 되면 사업주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지역가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직장가입자로 등록시킬 경우 연금보험료의 50%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반면 지역가입자로 등록시킬 경우 회사 대신 국가에서 연금보험료의 50%를 보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측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실무적으로 해당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대상자의 소득과 자산 상태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들은 가입자가 신고한 소득 정보에 따라 연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 가입자'를 가려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복지부 구상처럼 가입자 대상을 직장 가입자로까지 확대할 경우 연금 재정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