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가 집중 매수해 온 이른바 '자문사 7공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금융감독원이 일부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의 시세 조종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어 투자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이들 종목은 글로벌 증시 부진 속에 차익 실현 매물이 잇달아 당분간 불안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2분기 어닝시즌을 거치는 동안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공주' 가격부담에 약세

'자문사 7공주' 지고…철강ㆍ조선주 뜬다
5일 코스피지수는 3.55포인트(0.21%) 오른 1675.37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2만4750원으로 550원(2.17%) 하락 마감하는 등 '자문사 7공주'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2일 7.41%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8만5300원으로 1.04% 내렸다.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LG화학은 이날 0.7%를 포함,사흘 새 9.3% 밀려나며 31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28만3000원으로 주저앉았다. 삼성테크윈(-2.10%)과 기아차(-0.81%)도 사흘 연속 뒷걸음질쳤다. 삼성전기삼성SDI만 이날 소폭 반등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들 종목은 단기 급등 이후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심리적 악재가 겹쳐 주가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급 쏠림현상이 심했던 터라 당분간은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철강주가 오랜만에 강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포스코가 1만7000원(3.64%) 상승한 48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현대제철(2.52%) 고려아연(3.50%)도 2~3%대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미포조선(7.17%) STX엔진(5.68%) 등 조선주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금감원,랩어카운트 감시 강화

'자문사 7공주'의 약세는 주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데다 금감원이 이날 증권사가 투자일임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는 '랩어카운트'에 대해서도 감시 ·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자체 추천 종목에 투자하거나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종목을 선정하는 경우(자문형 랩)가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랩어카운트 상품의 판매영업과 운용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과열과 투자 쏠림 등이 포착될 경우 기획검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 거래가 워낙 부진해 일부 종목에 매도세가 집중되면 증시 전반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건은 매물 압박에 시달리지 않는 다른 종목들이 얼마나 지수를 방어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시즌 순환매 기대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의 경우 상대적 강세를 보였던 종목들에 대해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큰손' 개인 등 매물을 받아줄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수세가 옮겨가는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신세계 NHN 하나금융 등 내수주 중심의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OCI를 2792억원 순매수하는 등 태양광 관련주와 철강 건설 조선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황 연구원은 "실적 발표 시즌이 임박해 오면서 아직 실적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은 종목들이 뒤늦게 힘을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오 팀장은 "금융위기 이후엔 과거와 달리 실적 호전주들이 실적을 확인한 후 추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익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정보기술(IT) 부품주와 자동차,은행,항공 등이 실적시즌을 맞아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정을 받고 있는 대형 수출주를 저가에 매수하는 '길목 지키기'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