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 · 합병(M&A) 시도에 대한 방어 수단을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초다수결의제나 황금낙하산 등의 제도가 활용되고 있지만 적법성이나 효과 면에서 논란도 일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가 5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713개사(4월 기준)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초다수결의제를 반영한 회사는 51개(7.2%)로 집계됐다. 초다수결의제는 이사의 선 · 해임 결의 요건을 강화해 경영진을 쉽게 바꿀 수 없도록 한 제도다. 2006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았던 KT&G 외에도 서울식품공업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초다수결의제를 반영한 회사는 2004년엔 단 두 곳이었지만 이후 급증,지난해 50개사를 돌파했다.

마니커 아티스 등 23개사(3.2%)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했다. 적대적 M&A로 퇴임하는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들이 규정한 평균 퇴직금은 대표이사의 경우 45억원,이사 28억2000만원,감사 3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2005년 3개에 그쳤던 황금낙하산 도입 회사는 지난 5년간 7배 이상 증가했다.

이사회의 임기 만료 시기를 교차시키도록 규정한 시차임기제는 19개사(2.8%)로 현대차 기아차 등 범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주로 채택했다. 이사의 자격을 '해당 회사에 ○년 이상 근무한 자' 등으로 제한한 기업은 로케트전기 등 15개사(2.1%)다.

상장협 관계자는 "대부분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관으로 정한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때 유효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초다수결의제의 경우 극소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지분율을 초과하는 의결권을 주게 돼 적법성 논란이 만만찮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