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지표들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정부정책의 딜레마'를 호소해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과 부동산 경기침체,제조업 수익력 약화 등으로 중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가 다분히 '의도'된 것인 만큼 일각의 우려는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아울러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산업구조조정과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커져가는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둔화세 뚜렷해지는 경기지표

원자바오 총리는 5일 "중국 정부가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과 미국 등의 경기회복 불확실성으로 중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의 각종 지표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주에 발표된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크게 하락한 데 이어 이날 HSBC가 발표한 서비스산업의 PMI도 55.6으로 전달(56.4)에 비해 0.8포인트 떨어졌다. 자동차 판매도 주춤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승용차 판매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9%로 5월의 25%,4월의 43%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동부증권 분석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들도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32.8%로 5월의 48.5%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 규모도 전달의 195억달러에서 115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올해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1.9%나 성장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4분기에는 7.5%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브라이언 잭슨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투자전략가는 "경기부양책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긴축 조치로 하반기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더블딥은 없을 것"

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최근 상황을 '경기침체'보다는 '경제안정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도 위안화 환율 변동성 확대,수출 환급세 폐지 등을 추진하면서 성장보다는 경제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 총리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위협에 직면해 있으나 현재의 경제정책에 큰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딜레마는 구조조정과 성장속도의 균형"이라며 "수출의존적 경제구조와 투자중심의 내수시장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치인 GDP성장률 8%,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3%를 유지하면서 경제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어느 정도 정부가 의도한 결과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내수경기의 양호한 흐름과 정부의 신중한 출구전략 방침 등을 감안할 때 중국 경기가 급격히 하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도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더블딥'은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루중위안 부소장은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단기간에 반전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경기 둔화 요인도 없다"며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환 중앙재정대학 세무학원 부원장은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내수 소비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