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와증권 서울지점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된 130억원 상당의 아파트 부지를 단돈 1000만원에 처분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이와증권은 PF 대출에 일종의 지급보증을 섰다가 230억원을 날려 부동산PF 대출 부실 파장이 외국계 금융회사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이와증권 서울지점은 2006년 2월 경남은행이 '서린D&C'라는 부동산 시행사에 아파트 부지 매입 용도로 230억원의 브리지론을 대출해줄 때 지급보증과 같은 효력을 지닌 '매출채권매입약정'을 맺었다. 2008년 7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린D&C의 사업이 중단되면서 약정에 따라 다이와증권은 230억원을 경남은행에 대지급했다.

다이와증권은 대신 서린D&C의 사업장인 부산시 동래구 수안동 아파트 부지를 담보로 잡았다. 대지는 2만5455㎡(약 7700평) 규모다.

서린D&C는 여기에 아파트 7개동 700세대 물량을 지을 예정이었고,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할 계획이었다. 땅값은 당시 감정가로 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와증권은 이 대지를 담보로 잡은 지 며칠 만에 제3자 매각 방식으로 1000만원이 약간 넘는 돈에 처분했다. 평당 1300원꼴이다. 대지는 민간 부동산업자가 사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감정가 130억원 정도의 땅이라면 공매를 부쳐도 70억~80억원은 건질수 있다"며 "다이와증권이 서둘러 1000만원에 이 땅을 처분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뭔가 부지를 긴급히 처분해야 할 사정이 있지 않았으면 이뤄질 수 없는 거래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시행사와 다이와증권 직원, 땅을 취득한 사람이 일정한 관련성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이와증권은 이와 관련,"당시 관련 대출을 취급했던 직원들이 본사 검사를 받은 뒤 모두 징계 조치됐다"며 "현재 담당자들이 근무하지 않아 정확한 이유를 얘기해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다이와증권의 지급보증을 받고 대출해줬다가 모든 돈을 상환받았다"며 "그후 다이와증권이 땅을 왜 싸게 처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브리지론은 정상적인 심사를 통해 이뤄졌다"며 "다이와증권이 PF를 주도했으며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브리지론 형태로만 참여했다가 모두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경남은행의 브리지론은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이 없으며 은행계정에서 취급됐다.

금감원은 이번 의혹과 관련,검사를 거의 다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이와증권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또 다른 궁금증을 낳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사실은 얘기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다이와증권이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30억원을 떼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당수 외국계 금융회사도 부동산 PF로 인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2006년을 전후해 대형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 금융회사도 PF 대출에 뛰어들었다"며 "다이와증권처럼 속앓이를 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영춘/강동균/강지연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