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정밀화학이 암모니아 요소 등 기초 화학원료 생산에서 벗어나 프린터 토너와 세라믹 콘덴서 소재 등 전자재료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주력 생산제품이었던 요소 생산량을 점차 줄이고 전자재료 설비의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전자재료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1990년대 이후 진출한 정밀화학 사업에서 쌓아온 분체(가루) 가공기술을 기반으로 올해까지 전자재료 부문의 매출 비중을 10% 안팎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프린터 토너 전량 공급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5월 첫 가동을 시작한 프린터 토너 공장의 생산규모를 현재 500t에서 3000t으로 늘리는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500억여원을 투입해 건설한 프린터 토너 설비에서 나오는 제품 전량을 이미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이후 증설 작업을 마무리하면 토너 부문의 매출 규모는 1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올해 기준으로 세계 프린터 토너 시장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캐논 제록스 등 대형 프린터 및 복사기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 또는 계열사를 통해 토너를 공급받고 있다. 그동안 일본 기업에서 토너를 조달해온 삼성전자는 그룹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토너를 받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삼성정밀화학이 생산하는 프린터 토너는 혼합된 원료를 가루로 빻아 만드는 기존 분쇄 방식과 달리 화학적 중합 생산방식을 적용,균일한 색상 입자를 가진 게 특징이다.

정대용 토너생산팀장은 "토너 입자 표면이 들쑥날쑥한 기존 제품과 달리 구(球) 형태의 입자를 구현할 수 있어 인쇄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프린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토너 공급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커지는 전자재료 사업비중

프린터 토너 공장과 함께 다적층 세라믹콘덴서(MLCC)의 핵심 원료인 바륨티타늄파우더(BTP) 공장의 생산규모를 연간 1400t에서 2400t으로 늘리는 증설 작업도 벌이고 있다. MLCC는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지털 전자기기의 전류 이동 · 차단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삼성정밀화학은 2002년 독자 기술로 BTP 개발에 성공,세계 2위 MLCC 업체인 삼성전기에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전자기기 기판,발광다이오드(LED) 부품에 들어가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액정폴리머(LCP)와 반도체 및 LCD현상액(TMAC) 생산량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자재료 사업 강화와 함께 관련 매출도 증가 추세다. 2006년 254억원에 불과했던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지난해 654억원으로 157.5%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6.3%로 2.9%포인트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등 경쟁국의 증설로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는 암모니아와 요소 생산규모를 줄이는 대신 전자재료 부문을 신성장엔진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하반기 프린터 토너와 BTP 등의 공급 증가로 전자재료 부문 매출비중이 10% 안팎까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