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소비재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TV광고나 톱 모델 없이 국내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5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년 한방 화장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지만 '설화수'는 국내 한방화장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1층에 입점했다. 그것도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인 로레알그룹의 '슈에무라'를 물리치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다.

설화수의 이런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제품력'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좋은 제품력은 좋은 원료에서 비롯된다는 게 아모레퍼시픽의 믿음"이라며 "설화수는 토종 브랜드답게 100% 국내 청정지역에서 친환경으로 재배된 천연원료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설화수 지면 광고에서도 덜렁 '제품'만 등장한다.

이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운 구매' 제도를 도입했다. 친환경 기법으로 화장품 재료를 재배하는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안전하게 공급받겠다는 것.지난 2일엔 토종 닥나무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는 충청북도 괴산군 신풍한지마을의 닥나무재배조합과 아리따운 구매 협약을 맺었다. 설화수 미백제품 '자정 라인'에 들어갈 천연 미백원료인 닥나무를 무기한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생산물류부문 부사장은 "닥나무가 주원료인 한지를 만드는 장인들의 손이 하얗다는 속설에 착안해 토종 닥나무 뿌리에 미백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오래됐지만 그동안 대량 재배하는 곳을 찾지 못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수확철인 오는 10월 4.5t을 사들이는 데 이어 내년엔 구매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의 이번 구매협약은 제주 동백마을의 천연 동백 열매,전북 진안군의 유기농 국산 인삼에 이어 세 번째다. 인삼을 주요 성분으로 하는 설화수는 이를 통해 연간 30t의 유기농 인삼을 공급받고 있다.

'아리따운 구매'에 앞서 아모레퍼시픽 내 한방과학연구팀 등 50여명은 좋은 재료를 발굴하기 위해 일 년 내내 전국을 훑고 다닌다. 오염되지 않은 수천 가지 천연원료를 수집,효능 검증을 거쳐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듭하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양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심 부사장은 "산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재배하는 '아리따운 구매'는 원료 안정성,환경보존,지역사회 공헌 등 세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