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시장의 토종 메이커 중 1위인 하이얼과 유통 시장의 최고 강자인 궈메이가 생산과 판매에서 상호 협력키로 하는 '가전 공룡 동맹'을 결성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5일 하이얼의 제품 500억위안(약 9조원)어치를 앞으로 3년간 궈메이 매장을 통해 판매하기로 두 회사가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하이얼은 특히 600여종의 공급제품 중 절반인 300여종을 궈메이 매장에서만 팔기로 합의했다. 궈메이는 독점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선 하이얼에 특정 디자인과 기능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계약과 관련,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궈메이는 하이얼과의 계약을 계기로 앞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25%가량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궈메이는 중국에 1100개의 가전제품 유통매장을 갖고 있으며,쑤닝과 함께 중국 가전유통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중국의 가전 판매시장은 한국과는 달리 대리점 판매방식이 아니라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궈메이는 주가 조작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황광위 전 회장이 23년 전에 창업한 회사다. 황 전 회장은 구속 전 해외방문 때 굵직굵직한 다국적 가전회사들이 제공한 전용기를 탈 만큼 중국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2008년 구속 수감된 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궈메이가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매장 확대 전략을 펴지 못하는 등 위세가 약화됐고,이틈을 이용해 2위 업체인 쑤닝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궈메이는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궈메이 매장 전용 상품을 판매하면서 경영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얼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주문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의 욕구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번 두 기업간 제휴에 대해 "이상적인 윈-윈 체제가 될 것"이라며 "작년에 10%를 기록한 하이얼의 매출 증가율은 2014년까지 24%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궈메이는 과거 제조업체에 과도한 가격인하를 요구하는가 하면 철저하게 판매자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등 시장 지위를 악용해왔다"며 "궈메이가 이 같은 태도를 고집할 경우 양사의 협력체제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