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편입 종목의 시세 조종으로 펀드매니저가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펀드매니저끼리 짜고 회사 내 다른 펀드의 주식을 싸게 사고 편입 종목은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린 불법행위 두 건이 추가 적발됐다. 자문회사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펀드 수익률 조작 파문'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4일 "A자산운용과 B투자자문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공단에서 맡긴 돈으로 만든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회사나 자신이 운용하는 다른 펀드들과 불법적인 자전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르면 이달 중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사원과 함께 지난해부터 조사를 진행했으며 5~6월 두 달간 매매내역,해당 회사 방문,당사자 소명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위반 내용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감사원 관계자는 "작년에 발족한 '연기금 감사단'을 올 들어 '금융기금감사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위탁펀드 등에 대한 수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발된 사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집중 조사해 4월 말 관련 기관들에 결과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A운용과 B자문은 이 같은 수익률 조작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힘입어 해당 연기금으로부터 자금 회수를 모면하는 등의 부당한 이득을 취했지만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위탁자금을 전액 환수당했다.

이들은 연기금에서 대규모로 위탁받은 자금으로 만든 펀드의 성과가 부진하자 회사 내 다른 펀드들과의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의 대량매매 체결 시스템인 '케이블록'을 통해 자신들이 운용하는 다른 펀드의 편입 종목들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겨받고,보유 종목은 비싸게 떠넘기는 '수익률 밀어주기' 기법을 동원했다.

특히 A운용의 경우 국민연금 위탁펀드의 수익률 조작을 위해 6개월여 동안 동원한 펀드가 19개에 달하고,이 중에는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한 공모펀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나 펀드매니저의 이익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손해를 입혀 해당 펀드매니저뿐 아니라 회사 차원의 묵인이나 조장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랜 기간 진행된 광범위한 불법행위를 경영진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이상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