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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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하반기가 시작됐다.
지난 2007년 12월, 전미경제연구소가 경기침체의 시작을 선언한 이후, 2년 반이 흘렀다.
케인지안의 재량적 재정정책이 정착되고나서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불황이 지속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전례 없는 위기에 각국의 노력이 집중되면서 위기에서 시장을 겨우 구해내긴 했으나 아직 도처에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고전적인 기술적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증시가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 다시 베어마켓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다우지수 기준으로 약 15%가 고점 대비 하락했다면 경기가 돌아서기도 전에 다시 이중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우리네 증시는 매우 선전하고 있다.
공장가동률이 80%를 넘어선 상태에서 신규 투자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새로운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고용도 원만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6월 30일에 발표된 경기 선행지수에서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4%(전월 대비 3.9%)의 개선을 보였다.
이를 통해 실적장세로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주요 시장들이 전 저점을 하향하고 있는 상황을 걱정어린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26부터 이틀동안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3가지 주요 현안 중 단 한 가지도 협의점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도 우려스럽지만 전무후무한 금융위기 가운데 모처럼 국제공조의 기틀을 잡아가던 협력체제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물론 고전주의 지배하에 있는 유럽이 미국식 재정 투자의 확대에 동참하게 된 것은 그만큼 시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량적 재정정책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은 최근 남유럽 사태를 겪으면서 오히려 정부의 곳간이 텅 비게 되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던 중 유럽 정상들의 불안감이 급기야 G20 정상회담에서 터지고 말았다.
이제 유럽 정상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정정책의 국제 공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후 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하락하는 중국 경기선행지수도, 유럽 은행들의 4420억 유로 규모의 상환도,그리스의 치솟는 CDS 문제도 아닌, 보이지 않는 국제 공조의 훼손일 것이다.
지난 1987년에도 각국의 재무장관들이 심각했던 국제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루브르에 모였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그해 10월 블랙 먼데이라고 하는 위기가 찾아온 바 있다.
또한 1930년대의 장기 침체도 국제 공조체제의 붕괴가 만든 인재였다.
이처럼 시장을 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은 눈에 보이는 위험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만일 이중침체가 오게 된다면 그것은 각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이 선진국 정상들의 잘못된 이기심으로 인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