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은 이명박 대통령에겐 동전의 양면이다.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수정안 부결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9개월가량 국정을 짓눌렀던 무거운 짐을 덜었다는 점에서 집권 후반기 행보를 오히려 가볍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정 ·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면서도 갈등을 드러내는 주요 현안에 대해선 설득에 무게중심을 두며 호흡을 조절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쇄신 불가피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로 인해 여권 인적 개편의 폭이 커지고 단행 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와 파나마,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오는 3일 귀국해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주도해 마련해 놓은 인사안에 대한 검토를 벌이면서 개편 작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다잡기 위해 당 · 정 · 청 전면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개각의 경우 7 · 28 재보선 이후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쇄신 모습을 먼저 보여 선거에 임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운찬 총리가 사실상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적어도 중폭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청와대는 조직 개편에 이어 7월 중순 이전 참모진 인선이 이뤄질 예정인데 그 작업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물러나는 것으로 결정된 정 실장 후임으로는 백용호 국세청장,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박형준 정무수석의 승진 기용설도 나온다. 국정기획 홍보 정무 민정 수석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홍보수석실과 메시지기획관실 통합,국정기획수석실 폐지 내지 기능 조정,시민사회수석실 신설 등의 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설득 전력

청와대는 세종시 문제를 털고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기타 주요 국정과제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반대파들의 의혹 해소에도 진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형준 정무수석은 30일 "(4대강 반대론자에 대한) 설득이 안 되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속도조절론은 워낙 갈등이 되니까 천천히 하라는 뜻으로 설득을 충분히 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의하면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파나마시티=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