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29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함에 따라 한국에도 업종별로 직 · 간접적인 파급효과가 미칠 전망이다. 우선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석유화학 및 기계 분야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전자 · 전기 분야와 자동차산업은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 기계 · 방직산업에 타격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석유화학 제품은 관세율이 평균 5~6%인데 대만산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다행히 폴리에틸렌(PE) 등 주력 수출제품은 이번에 조기수확 품목에서 빠져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아세안이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데다 대만과도 관세가 없어지면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만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공작기계,승강기 등 기계류도 마찬가지다. 대만에서 생산된 기계 제품 중 27%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무관세 혜택을 등에 업은 대만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업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공산이 커졌다.

김재섭 두산인프라코어 전무(공작기계BG장)는 "두산의 경우 옌타이 현지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에선 벗어날 수 있지만,대만 업체들이 중국에서 부품을 대량으로 싸게 들여와 제품을 공급할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면사 합성섬유 부직포 수건 신발 등을 생산하는 방직산업 분야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이미 FTA를 맺은 아세안 국가들과 대만 업체들이 동등한 가격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국제 경쟁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자 · 자동차 · 철강 · 조선 등 영향 적어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우리나라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와 LCD 분야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는 오래전부터 무관세가 적용돼온 시장인 데다 LCD는 이번에 조기수확 품목에서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철강분야 역시 무관세 시장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에 조선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업종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김화섭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시장에선 우리나라가 대만보다 품질 및 가격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관세 여부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만 현지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무관세 혜택을 우회적으로 누릴 가능성은 우려되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국내 주요 대기업은 중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어 관세차에 따른 불리함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현지에 10개 이상의 생산법인을 운영 중이다. 현대 · 기아자동차 역시 베이징과 옌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 대만 기업들과 협력모델 구축해야"

업계는 중국과 대만 정부가 이번 ECFA 체결에 이어 향후 관세인하 품목을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도 중국,대만 업체들과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쌍방향 투자를 늘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봉걸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과정에 대만이 먼저 선수를 치고 들어간 셈"이라며 "향후 은행 및 보험업 등에서 대만이 중국 자본과 합쳐 규모를 키우면 국내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이 이번 ECFA 서명 후 6개월 이내에 후속회담을 열어 조기수확 품목 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대만을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아 현지 기업들과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쌍방향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주용석/조재희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