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 정부 소유의 공기업. 이렇다할 공통점을 찾기 힘든 이들 기업도 비슷한 점이 있다. 각각 나름의 위험요인 탓에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 이른바 '디스카운트 3인방'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면서 이들 '디스카운트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오를대로 오른 기존 주도주보다 저평가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디스카운트(할인) 해소 조짐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극심'…자회사 가치 절반밖에 반영 못 해

지주사가 제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건 중복상장 문제 탓이다. 지주사와 그 자회사가 함께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면 투자자들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SK에너지를 좋게 본 투자자는 이 회사 주식을 직접 사도 되지만, 모기업인 SK 주식을 대안으로 살 수도 있다. 주식의 수요가 분산되면 주가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통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자회사의 순자산가치(NAV)에 20~30%의 할인율을 적용, 지주사의 적정가치를 산정하곤 한다. 최근 LG그룹의 지주사 LG에 대한 분석을 재개한 삼성증권은 적정주가를 산정하면서 자회사 중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의 NAV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런 식으로 증권사들이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 대부분의 지주사 주가는 증권사들이 제시한 적정주가에도 한참 못미친다. LG의 경우 삼성증권에 제시한 적정주가는 10만4000원이다. 현 주가(25일 종가 6만5800원)는 이보다 36.7%나 낮다. 다른 지주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에 의뢰해 25일 종가 기준으로 LG SK GS CJ 두산 등 5개 주요 상장 지주사의 NAV 할인율을 구한 결과, 평균 45.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의 경우 할인율이 50.5%로 가장 높았고, 두산(49.2%) CJ(47.4%) LG(43.3%) GS(39.3%) 순으로 나타났다.

SK는 SK에너지 SK텔레콤 등 자회사의 중복상장 외에도 모회사 SK C&C까지 상장되어 있어 '3중 상장'이라는 특이성 탓에 할인율이 특히 높았다. 이에 비해 GS는 주요 자회사 GS칼텍스가 비상장사여서 비교적 할인율이 낮았다.

이 수준의 할인율은 중복상장을 감안해도 과도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30%의 할인율을 적정하다고 보는데 최근 지주사들의 할인율은 너무 큰 폭으로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30%의 할인율도 정형화 된 게 아니어서 시장이 요즘같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할인율이 축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일구 현대증권 연구원도 "지주사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일종의 인덱스(지표)가 되는데, 그동안 시장이 꺽이면 더 떨어지고 반등할 때는 조금밖에 올르지 않아 안정적이지 못했다"면서 제 가치에 비해 너무 싸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지주사들 주가는 최근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사업회사 한진해운을 떼어낸 한진해운홀딩스는 이달 들어 21.1%나 상승했다. 또 GS가 지난달 27일 기록한 저점(3만2250원) 대비 약 20% 올랐고, 한화 LS SK 등도 지난달 저점 대비 15~20% 가량 상승한 상태다.

◆중국 기업들 절반은 공모가에도 못미쳐

"중국기업의 재무재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의 실체를 알려면 탐방을 하거나 IR(기업설명) 담당자를 만나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가 않습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한 투자자문사 대표가 "아직은 중국기업에 투자할 마음이 없다"면서 한 얘기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잇따라 상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불투명한 회계처리 △단순한 사업 아이템 △검증되지 않은 밸류에이션 △정보 접근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합과기가 회계적인 문제로 퇴출 위기까지 가자 시장의 불신이 더욱 커졌다.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절반 가량이 공모가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과기는 현 주가(25일 종가 675원)가 공모가(2200원)보다 69.3%나 낮다. 3노드 화풍집단 등도 공모가를 각각 37.8% 하회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지표도 낮은 편이다. 차이나킹 차이나그레이트 등 최근 증권사 보고서가 나온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예상실적 기준 6배 내외에 불과하다. 코스피 평균인 9배를 훨씬 밑돈다.

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들이 나서 기관투자자들과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IR 활동을 하자 분위기가 투자심리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4월 23일 코스닥에 상장한 동아체육용품은 한 달도 안 된 5월 중순 장중 2555원까지 떨어지며 주가가 반토막 났다가 최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공모가 수준에 근접한 4600원까지 회복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거래소가 주도해 중국기업 IR을 개최하자 최근 시장의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상장기업의 홈페이지를 직접 거래소가 맡아 운영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

강원랜드의 주가는 이달 들어 10% 가량 상승했다. 강원랜드 주가가 비교적 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률이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수 있다는 전망이 호재로 작용한 것도 있지만,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게 보다 근본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강원랜드는 정부 지분이 절반을 넘어 정책적 리스크가 주가에 항상 반영된다. 특히 매출이 일정 규모를 넘지 못하는 '매출총량제'는 투자자들이 가장 반감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실적이 늘지도 않는 회사 주식을 누가 사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강원랜드가 내년 하반기까지 영업장 면적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게임 테이블이나 슬롯머신 등을 증설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지만, 증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세수 증대의 목적으로 게임기구의 증설을 장기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카지노 매출에 부과되는 중앙세 징수율이 지금의 10%에서 14%로 높아질 예정인데, 이 경우 영업이익에 부과되는 지방세는 3~4% 줄어 중앙과 지방 간 균형적인 재정수입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구창근 삼성증권 연구원도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이 폐광지역의 경제부흥을 위한 제원마련인 것을 감안하면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면서 "현 시점에서 추가 규제 위함보다는 테이블 증설 등 기회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으로 요금인상을 못하고 있는 공기업들도 하반기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경제부처 수장들이 잇따라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어서다.

양지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78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부진한 실적은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4% 내외의 요금인상은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신민석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다음달 미수금 회수를 위해 가스요금의 인상과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과도하게 낮은 상태인 한국가스공사의 주가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다음달 현실적인 수준의 요금인상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미수금 감소로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한국가스공사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8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올렸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