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우수도서] 정의란 무엇인가‥正義사회란?…하버드대 철학수업 답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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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는다면? 미국의 많은 대학이 동문 자녀에게는 입학사정에서 약간의 혜택을 준다. 공동체 의식과 애교심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자녀의 입학을 고맙게 여긴 동문이 기부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정원의 10%를 경매에 부쳐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입학을 허가한다고 해보자.공정한가. 정의로운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에서 '정의(Justice)'라는 주제로 30년 가까이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수업은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현실의 법적 · 정치적 논쟁을 다룬다. 학생들이 철학자들에게,그리고 교수에게 반박한다. 이 시대의 아테네 학당이다. 책과 강의의 주제는 동일하지만 형식은 다르기에 스스로 읽고 스스로 물어야 한다. 정의를 물어야 한다. 정의를 묻는다는 것은 대체 뭘 묻자는 것일까.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를테면 소득과 부,의무와 권리,권력과 기회,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눠준다.
분배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행복 · 자유 · 미덕이다. 각기의 강조점이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벤담,롤스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고민을 대신했다.
군대를 보자.징병제와 지원병제가 있고,유급대리인을 허용하는 남북전쟁 당시의 징병제도 있다. 자유야말로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이에겐 징병제는 강제성을 띤 일종의 노예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말하는 공리주의자에게도 지원병제가 최고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징병제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 프린스턴대의 경우를 보자.1956년에는 졸업생 750명 가운데 과반수인 450명이 군에 입대했다. 2006년에는 졸업생 1108명 가운데 고작 9명이 군에 입대했다. 자유로운가. 2008년에 모집된 미군의 25% 이상이 정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대학 문턱을 넘어온 사람은 6.5%다. 계층 간 불공평이 존재한다는 근거다. 군 복무는 여러 직업 중 하나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성한 의무라는 입장에 선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어느 쪽이 정의일까.
스포츠 스타들의 소득에 대한 누진세제도 그렇다. 자유시장주의자는 "노동으로 얻은 수입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것은 강제 노동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논리는 이렇다. 처음에는 세금이지만 나중에는 국가가 돈 대신 시간을 요구하고,그 시간 만큼 노동을 강요하고,이렇게 되면 본질적으로 나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이런 토론이 정의를 찾아가는 정치철학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다뤄질 수 있을까. 이념 논쟁이었을 것이다. 분배,소유권,색깔 등이 판단 기준이었을 것이다. 최소한 정의 논쟁,철학 논쟁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를 묻는다. 동양의 도나,서양의 철학이나 매한가지다. 현실적 정의를 찾아나서는 것,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그렇다면 우리는 이념가가 아니라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에서 '정의(Justice)'라는 주제로 30년 가까이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수업은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현실의 법적 · 정치적 논쟁을 다룬다. 학생들이 철학자들에게,그리고 교수에게 반박한다. 이 시대의 아테네 학당이다. 책과 강의의 주제는 동일하지만 형식은 다르기에 스스로 읽고 스스로 물어야 한다. 정의를 물어야 한다. 정의를 묻는다는 것은 대체 뭘 묻자는 것일까.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를테면 소득과 부,의무와 권리,권력과 기회,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눠준다.
분배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행복 · 자유 · 미덕이다. 각기의 강조점이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벤담,롤스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고민을 대신했다.
군대를 보자.징병제와 지원병제가 있고,유급대리인을 허용하는 남북전쟁 당시의 징병제도 있다. 자유야말로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이에겐 징병제는 강제성을 띤 일종의 노예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말하는 공리주의자에게도 지원병제가 최고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징병제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 프린스턴대의 경우를 보자.1956년에는 졸업생 750명 가운데 과반수인 450명이 군에 입대했다. 2006년에는 졸업생 1108명 가운데 고작 9명이 군에 입대했다. 자유로운가. 2008년에 모집된 미군의 25% 이상이 정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대학 문턱을 넘어온 사람은 6.5%다. 계층 간 불공평이 존재한다는 근거다. 군 복무는 여러 직업 중 하나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성한 의무라는 입장에 선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어느 쪽이 정의일까.
스포츠 스타들의 소득에 대한 누진세제도 그렇다. 자유시장주의자는 "노동으로 얻은 수입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것은 강제 노동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논리는 이렇다. 처음에는 세금이지만 나중에는 국가가 돈 대신 시간을 요구하고,그 시간 만큼 노동을 강요하고,이렇게 되면 본질적으로 나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이런 토론이 정의를 찾아가는 정치철학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다뤄질 수 있을까. 이념 논쟁이었을 것이다. 분배,소유권,색깔 등이 판단 기준이었을 것이다. 최소한 정의 논쟁,철학 논쟁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를 묻는다. 동양의 도나,서양의 철학이나 매한가지다. 현실적 정의를 찾아나서는 것,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그렇다면 우리는 이념가가 아니라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