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카드이용 수수료율 등을 깎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보험사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보험사와 카드사의 힘겨루기가 팽팽히 이어지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운신의 폭이 넓어진 보험사들이 카드사들과 수수료율,적용 대상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험사가 카드사와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을 맺으면 해당 보험사의 상품 전체가 카드 결제 대상이 됐으나 개정안 시행으로 결제 대상을 일부 상품에만 제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카드에 최고 2.7%인 카드 수수료율을 1.5%가량으로 낮추고 결제 대상도 종신보험을 제외한 순수보장성상품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계약을 제안했다. 삼성카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삼성생명은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했다. 삼성생명은 다른 카드사에 비슷한 조건의 계약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높다면 굳이 카드 결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은행을 이용해 정기이체하는 고객에게는 최고 1%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에 많은 수수료를 주느니 고객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법으로 카드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한생명도 카드사들과 수수료율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도 비슷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손해보험사들도 카드사들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3%를 약간 넘는 자동차보험의 카드 수수료율을 2%대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도 비슷한 협상을 진행하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수수료가 1.5%밖에 안 되는데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수수료가 3%에 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동차보험 가입건수는 1600만여건에 달한다. 이 중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비율은 63%를 차지한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현행 수수료율이 적절한 만큼 깎아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의 신용카드 이용 납부 비율은 통상 90%가 넘는 다른 업종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라며 "카드 이용을 먼저 활성화한 후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보험회사가 첫회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수납했다면 계약자가 원할 경우 2회차 이후 보험료도 신용카드로 받도록 했다.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대상 보험도 저축성 보험상품을 포함한 보험상품 전체로 확대했다. 하지만 카드결제 대상 보험상품은 보험사와 카드사 간 협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