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당국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구조조정으로 시공능력 상위 100대 건설사 중 26개를 워크아웃 또는 퇴출 · 법정관리 대상으로 솎아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5일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시점이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충실히 골라냈다"

채권은행들은 시공능력 순위 기준 상위 300개 건설사에 대해 워크아웃인 C등급으로 9개,퇴출 · 법정관리인 D등급으로 7개를 골라냈다. 100대 건설사로 좁히면 6개가 C등급이고 2개가 D등급이다.

조선사는 C등급이 1개,D등급이 2개 새로 추가됐다. 해운사는 C등급 1개가 포함됐다.

건설 조선 해운을 제외한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는 4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뽑혔다. C등급 27개사 중에는 금속 · 비금속 10개,전기전자 5개와 비제조업 5개(부동산 시행사 3개 포함)가 있다. D등급 18개 중에서는 부동산 시행사(일반 대기업으로 분류)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체도 4개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건설 조선 해운 등 3개 업종과 대기업 중에서 모두 70여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 것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시공순위 50위권에 드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 5개사를 C 또는 D등급에 포함시키는 등 충실하게 부실업체를 걸러냈다고 자평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예정된 대형사업장에 문제가 있는지,현금흐름이 충분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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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건설사 중 26개 '워크아웃 · 퇴출'


작년 시공능력 기준 상위 100대 건설사 중 전날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업체가 11개,법정관리 상태이거나 퇴출된 업체가 7개다. 이날 발표된 8개를 포함하면 100대 건설사 중 26개가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101~300위 건설사의 경우 작년 3월 발표된 C등급 13개,D등급 5개와 이날 발표된 C등급 6개,D등급 2개를 더하면 역시 26개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설업종만 놓고 보면 100대 건설사 중 26개면 구조조정이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지만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부담이나 경기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건설업계가 쉽게 돈 버는 아파트 건설에 치중해 있는 데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쪽으로 갈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릴 곳은 확실히 살려야"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정해진 만큼 살릴 곳은 확실히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한 기업담당 부행장은 "건설업처럼 한 업종에서 많은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멀쩡한 다른 업체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업체는 왕성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워크아웃이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살려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수주 감소 등 평판 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막는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최선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산업 특성과 기업의 사업가능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경기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은 좋지만 산업 활동을 활발히 하고 기업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확대 지향적인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