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다보니 오히려 손님이 없네요. 장사가 안되니까 귀금속 상가 임대 수요마저 뚝 끊어져 임대료를 낮춰야 하나 고민입니다. "(서울 종로3가 D빌딩 관계자)

도소매 금은방 3000여개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서 25일 만난 한 빌딩의 관리직원은 금값 상승이 임대료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처럼 말했다.

순금 3.75g 도매 가격은 이날 17만8000원 선으로 올초보다 2만원 이상이 뛰었다. 이달 9일 사상 최고치(18만2000원)를 기록한 이후 18만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값이 오르면 금을 사고 파는 귀금속 상가 주인도 좋을 것 같지만 상황은 반대다. 너무 비싸 사려는 발길이 끊겼다. 금붙이를 팔러온 사람은 금은방에서 매입하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데 실망하고 되돌아가기 일쑤다.

귀금속 상가 매출이 줄자 빈 점포는 늘어 임대료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로3가 대로변에 위치한 귀금속 상가의 임대료는 현재 3m(10자)가량의 진열대를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수준이다. 종로3가 귀금속 점포 건물관리인은 "종로 일대 귀금속 상가들은 경쟁이 워낙 심한 데다 금값 급등으로 매출마저 줄어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난달부터 건물 내 점포 서너개가 영업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가 안되면 임대료를 내려서라도 점포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귀금속 상가 점포 임대는 공인중개업소가 아닌 건물 관리인을 통해 주로 계약이 이뤄진다.

한때 2억~3억원을 호가하던 권리금도 사라지는 추세다. B귀금속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 입점 때 줬던 권리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종로3가 일대 게임장들이 귀금속 점포로 바뀌고 있는 것도 권리금이 떨어지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