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자산가들은 요즘 '예금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전자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랩어카운트'가 유행이지만 그것도 결국은 주식에 투자하는 위험상품이라서 투자비중이 높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강남 자산가들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신경을 더 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 있는 현대증권 부티크모나코점의 김은정 지점장은 "특정 투자상품이 유행한다고 해도 고객의 성향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장년층 이상의 자산가들은 여전히 원금을 보장하면서 '적당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수익과 안전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은 많지 않다. 서울 시내 어느 곳보다 저축은행이 많은 강남이지만 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도 낮아졌다. 연 2%대 초반으로 낮아진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수익률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강남 부자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일선 금융회사 PB(프라이빗뱅커)들에게 들어봤다.


◆브라질 국채 등 '틈새 채권' 인기

강남 지역 PB들은 이 지역 자산가들이 브라질국채,지방채,물가연동채권 등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A등급 회사채에 비해 수익률은 높으면서 B등급 회사채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장은 "강남에선 요즘 18개월에 10% 수익률을 보장하는 브라질국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드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국채에 투자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연 8%(세금 2% 제외) 수준이다. 정 팀장은 "브라질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므로 안전한 데다,브라질 통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환차익도 기대할 만하다"며 "국채에 투자하려면 금액이 일정 정도 이상 되어야하므로 1억원 이상을 여유자금으로 운영하는 자산가들을 모아 사모펀드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도 인기다. 지자체가 보증하는 만큼 안전성이 높은데다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최근 정부가 2년여 만에 발행을 재개한 물가연동채권에 관심을 보이는 자산가도 늘어나고 있다. 물가 상승률에 따라 10년간 최고 63%의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일반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발행 당시에는 물가가 하락할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정부가 원금 보장을 공표하고 나섰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원금보장되는 금융상품도

수익률은 좀 떨어지더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원금과 확정이자가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보호받는 상품들이다.

시중은행과 우량저축은행의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정기예금 매칭형 신탁이 선호 대상이다. 개인 자금을 모아 목돈을 만든 뒤,기관투자가의 지위를 이용해 예금하는 만큼 개인이 직접 예금을 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김은정 지점장은 "확정된 금리를 제시하는 데다 예금상품으로서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되는 만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며 "6개월을 기준으로 4.15%까지 수익률이 나온다"고 전했다.

장기 자금을 운용하려는 자산가들은 연금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보장받을 수 있는 데다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진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목돈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묻어두고 싶은 자산가들이 보험 상품에 많이 가입한다"며 "연 이율도 4.8~4.9%로 보험사에 내는 운영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