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의 북쪽 컨테이너부두와 배후부지 관할권을 두고 경상남도와 부산시가 벌여온 분쟁에서 헌법재판소가 "쪼개서 나눠가지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8개 선석에 연간 600만개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갖추고 지난 22일 개장한 부산신항 북컨테이너부두의 국제 경쟁력이 출범하자마자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헌재는 24일 부산 신항만 중 520만㎡에 달하는 배후 부지와 부두의 권한다툼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관할권 분할을 결정했다.

경남도는 "이번 결정으로 북 컨테이너터미널 전체 면적(583만㎡) 중 경남 관할이 394만7㎡(67.7%),부산 관할이 188만3000㎡(32.3%)로 분할됐다"며 "취득세는 경남이 637억7000만원,부산이 72억7000만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관할이다" 엇갈린 주장

두 지자체의 다툼은 1995년 정부가 경상남도 진해시와 부산시 강서구 일대에 부산 신항만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당 지역 중 동쪽 일부는 부산시,서쪽 일부는 경상남도를 임시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동쪽 지역에는 부산시의 지번이,서쪽 지역에는 경남도의 지번이 부여됐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1998년 해당 지역을 항만구역으로 지정,부산시에 국토이용관리법상 용도지역으로 관리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이에 반발해 2005년 부산시와 정부를 상대로 관할권한 확인을 요구하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부산시 역시 2007년 같은 청구로 맞불을 놨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효율상 해당 지역의 관할권한은 한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둘다 틀렸다. 나눠라"

하지만 재판부는 "지방자치법상 지자체의 관할구역 경계를 결정하는 종전 기준은 1948년 당시에 그어진 관할구역 경계였다"며 "이젠 이 지형도를 반영한 국토지리정보원의 1977년 간행 국가기본도가 해상경계선 확정의 중요 기준"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매립지의 관할권을 정하는 명확한 법령이 없다고 해서 행정 관행을 '행정관습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지금까지 경남도는 어촌계 업무구역선을 기준으로 관할권한을 행사했고,부산시는 국토이용계획과 항만구역 지정 및 도시계획 결정에 근거해 관할권한을 누려왔으나 이런 행정 관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신항을 부산시의 항만구역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관할경계가 부산으로 변경됐다고 할 수 없고 경남도 어민의 어업권도 보상해 관할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쪼개진 부산신항 경쟁력

"골치 아픕니다. 세금과 주소 등 10여가지가 나눠지고 두 군데서 허락을 받아야 되니까요. " 부산신항의 항만부지 120만㎡를 사용 중인 부산신항만㈜ 강동성 기획팀장은 "할일도 많은데 관할권이 나눠져 업무를 두 번 봐야 한다"며 난감해 했다. 이 회사는 이번 결정으로 본사는 부산에,사업장은 경남도에 있게 됐다. 또 건축허가와 지방세 장비등록 법인주소지 등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였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신항 배후부지를 활용하고 있는 동방물류센터와 BND의 경우 부지가 부산과 경남 등으로 나뉘게 됐다.

지난 5년간 관할권이 결정되지 않아 도시가스 공급과 취 · 등록세 납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신항의 국제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선사들이 나눠진 부산신항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싸웠던 부산시와 경남도도 아이러니하게 항만의 효율성 저하를 우려했다.

이고운/부산=김태현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