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수급 주체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연일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단기 조정장에서 연기금이 수비수 역할을 해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수급상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돌아섰고, 펀드 환매로 인해 투신권 매수세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상대적으로 지수 하락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매수하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갖는 전략을 고려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

24일 연기금은 5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오전 11시5분 현재 금융, 철강금속, 서비스, 은행 등을 중심으로 23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24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이후 집계한 순매수 금액이 230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인 것.

반면 외국인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22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출세가 지속되고 있고, 그 폭도 더욱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연기금의 주식 매수에 대배 한국 증시의 가격 메리트와 연기금의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지난 23일 종가기준 코스피 지수는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기준 8.9배로 9배 이하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둔화를 반영한 보수적 잣대를 적용해도 2005년 이후 평균 PER이 10배 중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이는 최근 연기금 매수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기금이 과거 지수 급락을 제어하는 버팀목 역할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급등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시점에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점은 국내증시 저평가 판단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연기금이 매수하는 업종이 철강금속·기계·유통 등 내수 원화강세 수혜주라는 점 등에 비춰 시장 전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나 IT(정보기술)과 자동차 등은 가격 부담이 남아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6월 말로 월·반기 말이 머지않아 연기금들이 최근 단기 조정을 틈타 주식 비중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목표 주식비중은 16.6%이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이 단순히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기 보다는 전체 자산 가운데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어 현 시점에도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하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지수는 숨 고르기 장세가 전망된다"며 "외국인 매수의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최근 지속적인 매수세를 보이는 연기금의 매수 종목들로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