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대기업이나 비제조업체가 국내 시설자금 용도로 외화대출을 새로 받는 것이 금지된다.

한국은행은 외국환 거래업무 취급 세칙을 개정,7월1일부터 신규 외화대출을 '해외 사용 용도'로 제한한다고 23일 발표했다. 해외 사용 용도란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원유 및 원자재 등을 들여오거나 기계 장비 등을 수입할 때 필요한 결제 자금이나 해외 직접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가리킨다.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국내 시설자금 등을 외화로 대출받는 것은 제한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경기가 호황이던 2005~2006년 외화대출이 급증하자 2007년 8월 외화대출 용도를 해외 사용 실수요와 제조업체의 국내 시설자금으로 제한했다. 이 같은 용도 외의 기존 외화대출 만기 연장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말부터 경기가 둔화되자 2008년 1월 비제조업체 국내 시설자금 용도의 외화대출을 허용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제한 조치도 폐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외화의 급격한 유출입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외화 수요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어 이번에 제한 조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13일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한을 골자로 한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발표할 때 이번 조치의 핵심을 내놓았다.

한은은 그러나 기존 국내 시설자금 용도의 외화대출에 대해서는 은행 자율로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국내 시설자금 대출의 경우 이달 말 대출 잔액 이내에서 외화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시설자금 외화대출 잔액은 156억달러다. 이 가운데 중소 제조업체 대출 잔액은 48억달러 수준이다.

은행들의 외화대출은 2006년 159억5000만달러 증가한 뒤 2007년 37억8000만달러,2008년 56억5000만달러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지난해에는 82억3000만달러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서는 4월까지 21억9000만달러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말 외화대출 총 잔액은 445억3000만달러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