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는 차량의 조립공정에서 개별 부품들을 하나씩 차체에 장착하지 않고,몇 개의 부품들을 먼저 조립해 부품 덩어리로 만드는 제조 방식이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부품을 부품업체 생산라인에서 미리 조립한다. 모듈화 과정을 거치면 생산과정이 단순해져 조립 과정에서의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다. 불량률이 낮아지는 것은 덤이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장점 때문에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형태로 모듈화를 시도해왔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2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 모듈공장은 자동차 모듈화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공장에서는 기아자동차 북미 전략차종에 들어가는 앞 · 뒤 섀시 모듈,운전석 모듈 등을 연간 30만대가량 생산하고 있다.

조지아 공장의 역할은 조립만이 아니다. 모듈부품을 설계하는 R&D(연구 · 개발)도 직접 담당한다. 모듈업체가 모듈 부품의 설계,개발,생산,물류,품질보증까지 책임지는 총체적인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완성차 업체는 미래형 신기술에 집중하고 조립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부품업체들이 담당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게 현대모비스에 대한 업계의 총평이다.

현대모비스 조지아 공장은 24개 업체로부터 개별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 중 절반이 한국 중소기업이다. 새로 거래선을 개척하면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기존에 거래해 왔던 한국 부품업체들과 함께 조지아에 진출한 것이다. 이 판단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였고 공장 조기 정상화에도 도움이 됐다.

조지아 공장을 찾은 손님들은 부품 수송 트럭이 없다는 점에 놀란다. 공장과 공장을 연결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이 트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시스템 도입 후 부품 업체 공장과 조지아 메인 공장이 마치 한 공장처럼 움직이게 됐고 생산 효율이 대폭 높아졌다. 재고가 줄고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모듈을 실시간으로 생산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설립할 예정인 해외 생산기지에도 컨베이어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