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한국 기업가 경쟁력 15위…노동력 44위ㆍ생산조건 50위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의 기업가와 중국의 근로자,일본의 기술력이 적절히 결합해 '성장 삼각형'을 구축하면 국가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2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10'에서 산업정책연구원(IPS)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세계경쟁력위원회(GCC) 등과 협력해 만든 국가경쟁력 평가모델을 적용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동아시아 3국은 각각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협업의 여지가 많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한 · 중 · 일 '성장 삼각형'구축해야

IPS는 물리적 조건과 인적 조건 등 여덟가지를 따져 100점 만점으로 국가경쟁력 점수를 산출했다. 물리적 조건에는 기업의 자원 수급이 용이한지 등을 측정하는 생산조건,각국 기업들이 충분한 글로벌 수요를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요조건 등이 포함된다. 전반적인 기업의 경영 여건과 기반 산업의 발달 정도 역시 물리적 조건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각국의 인적자원이 경쟁국에 비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는가는 인적 조건 부문에서 판단한다. IPS는 노동자,관료 · 정치인,기업가,전문가 등 인적자원을 네 부류로 나눠 각 집단의 경쟁력을 계산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한국 기업가 경쟁력 15위…노동력 44위ㆍ생산조건 50위
중국은 자원과 노동력 등에서 한국과 일본을 압도했다. 중국의 생산조건은 세계 4위로 한국(55위)과 일본(42위)을 크게 앞질렀다.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엇비슷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적자원보다 물적자원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주요 업종의 뼈대를 이루는 관련 산업(16위)이 잘 발달돼 있었다. 한국은 기업가와 전문가 집단의 경쟁력이 각각 15위와 16위로 나타나 중국(28위와 32위)과 일본(48위와 33위)보다 우위에 있었다.

조 교수는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한 상자는 마련했지만 상자 속 내용물은 결여돼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내용물을 채우는 역할을 하면 바람직한 윈윈(win-win)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 해외투자 등은 동아시아 3국이 모두 약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국가경쟁력 세계 21위

67개 조사 대상국 중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는 100점 만점에 64.39점을 얻은 싱가포르였다. 전반적인 기업의 경영 여건과 정치인의 경쟁력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5위에서 1위로 순위가 높아졌다. 2위는 자원 수급과 시장 규모 면에서 강점을 보인 미국(61.45)이 차지했다. 다음으로 네덜란드 캐나다 덴마크 순이었다.

동아시아 3개국 중에는 중국이 15위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21위와 2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IPS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일본을 꺾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평가에서 한국과 일본은 각각 23위와 20위를 기록했다. IPS는 주요국 기업들이 가격과 차별화 전략만으로 경쟁국 기업들과 경쟁했을 때의 순위도 별도로 발표했다. 한국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전략을 취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국가경쟁력 순위가 33위로 나타났다.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에 임했을 때 순위인 17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조 교수는 "생산조건 면에서 경쟁국보다 열위에 있는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경쟁국과 다른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IPS는 이번 조사에서 67개 대상국을 9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각국의 경쟁력을 토대로 강 · 중 · 약국으로 나눴으며 인구와 국토면적을 감안해 이를 다시 대 · 중 · 소국으로 구분했다. 대체로 엇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국가들이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IPS는 한국이 다른 강중국들이 쓰고 있는 국가경쟁력 강화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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