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창의 경영] (7) "태양광사업·수족관쇼도 직원들의 아이디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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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
'성경' '삼국지' '나폴레옹 평전'
평생 50번 이상 읽어
팀장들 독후감 인사고과 반영
'성경' '삼국지' '나폴레옹 평전'
평생 50번 이상 읽어
팀장들 독후감 인사고과 반영
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58)이 한화그룹 외자구매과장 시절,새로운 기계 도입을 위해 프랑스로 출장갔을 때였다. 상대 측 담당자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주말을 이용해 그에게 파리 시내를 구경시켜 주던 상대 측 담당자는 나폴레옹박물관을 둘러보며 자신의 우상이 나폴레옹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 사장은 나폴레옹의 출생과 가족,성장기는 물론 40여 차례의 전투 내용과 나폴레옹 법전,나폴레옹이 유럽의 정치 · 경제에 미친 영향 등을 줄줄이 읊었다. 나폴레옹과 프랑스 역사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에 탄복한 담당자는 정 사장이 출국하던 날 한 번 더 만나자고 했고,협상은 성공적으로 타결됐다. 정 사장에게도 나폴레옹이 인생의 '롤 모델'이었던 것이다.
"제 평생에 50번 이상 읽은 책이 세 권 있는데 성경과 《삼국지》,그리고 《나폴레옹 평전》입니다. 성경은 모태신앙을 가진 저의 인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삼국지는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알려줬지요. 나폴레옹은 저와 너무나 닮았어요. 그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전장의 말 위에서도 책을 읽었을 만큼 엄청난 독서광이었죠.키도 저처럼 작았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폴레옹을 따라 하자고 마음 먹고 책을 읽었죠."
정 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책을 좋아했다. 부유한 친구 집 서가에 꽂힌 책을 다 섭렵했을 정도였다. 초등학교 4~5학년쯤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다가 너무 어렵고 양도 많아 몇 번이나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책을 쓴 사람도 있는데 읽을 수도 없다면 말이 되겠나"라며 오기로 다 읽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책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용돈의 10%는 책을 샀고,한화그룹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매주 베스트셀러 한 권씩 읽기를 실천해왔다. 그는 "매주 한 권을 읽으면 1년에 50여권,20년이면 1000권"이라며 "그 정도 책을 읽으면 틀림없이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 사장이 가는 곳마다 독서경영을 강도높게 실천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는 2003년 광고회사인 한컴 사장을 맡자마자 전 직원들에게 책을 읽고 사내 게시판에 독후감을 올리도록 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독후감에는 댓글을 달며 서로 소통했고,연말에는 최우수 독후감을 선정해 상을 줬다. 세종이 신하들에게 독서휴가를 줬던 '사가독서제'를 계획만 하고 시행하지 못한 것은 그가 지금도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2004년 한화63시티 사장으로 옮긴 뒤에는 더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승격자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람을 위한 교육과정에서는 책을 나눠주고 독후감을 쓰게 하고 있다. 또 팀장들은 분기에 한 번씩 회사가 추천한 책 가운데 골라 읽고 독후감을 사장에게 제출,인사고과에 반영한다.
격주마다 부서와 상관 없이 사원급,대리급,과장급,차장급,전문직(지배인 · 조리장 이상) 등 같은 직급끼리 모여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63포럼에서도 책은 중요한 과제다. 정 사장은 일주일에 6차례나 열리는 회사 내 포럼에 일일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직원들의 경영 아이디어를 경청한다.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는 바로 채택돼 회사의 사업이 됩니다. 한 직원이 제안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사업은 고흥,여수,영주 등에서 사업화됐고,63빌딩 60층의 전망대를 미술관 겸 전망대로 바꾼 것이나 아이맥스 영화관을 낮에는 영화관,밤에는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예요.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수족관 쇼와 일본 아사히야마동물원을 본뜬 행동전시도 마찬가지죠."
평생 일기 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정 사장은 김인 삼성SDS 사장과 더불어 '편지 쓰는 CEO'로도 유명하다. 한컴 사장 때부터 지금까지 사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이메일 편지에는 그가 읽은 책 한 권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이렇게 보낸 편지를 묶어 그간 6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다양한 것에 대한 포용력,이질적인 것을 왜곡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능력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그게 사람이 성장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해요. 특히 직위가 올라갈수록 다양한 부하 직원들이 믿고 따를 만한 인품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그러자면 책을 많이 읽어야죠.지루하게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창의력을 발휘할 때 인생은 꽃을 피우게 마련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하던 대로만 하면 희망이 없죠."
한화63시티는 올해 들어 관람업장과 식음료업장을 사업 부문에서 떼어내는 대신 자산관리회사로서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정 사장은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목표를 새로 설정하기 위해 전 직원을 20차례로 나눠 교육하면서도 《에너지 버스》 등을 나눠주며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는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아이가 15분을 참는 것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하루 2시간을 책 읽기에 쓰느냐,아니면 술이나 게임 등에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경제·교보문고 공동기획
그러자 정 사장은 나폴레옹의 출생과 가족,성장기는 물론 40여 차례의 전투 내용과 나폴레옹 법전,나폴레옹이 유럽의 정치 · 경제에 미친 영향 등을 줄줄이 읊었다. 나폴레옹과 프랑스 역사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에 탄복한 담당자는 정 사장이 출국하던 날 한 번 더 만나자고 했고,협상은 성공적으로 타결됐다. 정 사장에게도 나폴레옹이 인생의 '롤 모델'이었던 것이다.
"제 평생에 50번 이상 읽은 책이 세 권 있는데 성경과 《삼국지》,그리고 《나폴레옹 평전》입니다. 성경은 모태신앙을 가진 저의 인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삼국지는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알려줬지요. 나폴레옹은 저와 너무나 닮았어요. 그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전장의 말 위에서도 책을 읽었을 만큼 엄청난 독서광이었죠.키도 저처럼 작았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폴레옹을 따라 하자고 마음 먹고 책을 읽었죠."
정 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책을 좋아했다. 부유한 친구 집 서가에 꽂힌 책을 다 섭렵했을 정도였다. 초등학교 4~5학년쯤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다가 너무 어렵고 양도 많아 몇 번이나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책을 쓴 사람도 있는데 읽을 수도 없다면 말이 되겠나"라며 오기로 다 읽었다고 한다.
그는 정말 책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용돈의 10%는 책을 샀고,한화그룹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매주 베스트셀러 한 권씩 읽기를 실천해왔다. 그는 "매주 한 권을 읽으면 1년에 50여권,20년이면 1000권"이라며 "그 정도 책을 읽으면 틀림없이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 사장이 가는 곳마다 독서경영을 강도높게 실천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는 2003년 광고회사인 한컴 사장을 맡자마자 전 직원들에게 책을 읽고 사내 게시판에 독후감을 올리도록 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독후감에는 댓글을 달며 서로 소통했고,연말에는 최우수 독후감을 선정해 상을 줬다. 세종이 신하들에게 독서휴가를 줬던 '사가독서제'를 계획만 하고 시행하지 못한 것은 그가 지금도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2004년 한화63시티 사장으로 옮긴 뒤에는 더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승격자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람을 위한 교육과정에서는 책을 나눠주고 독후감을 쓰게 하고 있다. 또 팀장들은 분기에 한 번씩 회사가 추천한 책 가운데 골라 읽고 독후감을 사장에게 제출,인사고과에 반영한다.
격주마다 부서와 상관 없이 사원급,대리급,과장급,차장급,전문직(지배인 · 조리장 이상) 등 같은 직급끼리 모여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63포럼에서도 책은 중요한 과제다. 정 사장은 일주일에 6차례나 열리는 회사 내 포럼에 일일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직원들의 경영 아이디어를 경청한다.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는 바로 채택돼 회사의 사업이 됩니다. 한 직원이 제안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사업은 고흥,여수,영주 등에서 사업화됐고,63빌딩 60층의 전망대를 미술관 겸 전망대로 바꾼 것이나 아이맥스 영화관을 낮에는 영화관,밤에는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예요.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수족관 쇼와 일본 아사히야마동물원을 본뜬 행동전시도 마찬가지죠."
평생 일기 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정 사장은 김인 삼성SDS 사장과 더불어 '편지 쓰는 CEO'로도 유명하다. 한컴 사장 때부터 지금까지 사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이메일 편지에는 그가 읽은 책 한 권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이렇게 보낸 편지를 묶어 그간 6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다양한 것에 대한 포용력,이질적인 것을 왜곡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능력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그게 사람이 성장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해요. 특히 직위가 올라갈수록 다양한 부하 직원들이 믿고 따를 만한 인품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그러자면 책을 많이 읽어야죠.지루하게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창의력을 발휘할 때 인생은 꽃을 피우게 마련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하던 대로만 하면 희망이 없죠."
한화63시티는 올해 들어 관람업장과 식음료업장을 사업 부문에서 떼어내는 대신 자산관리회사로서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정 사장은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목표를 새로 설정하기 위해 전 직원을 20차례로 나눠 교육하면서도 《에너지 버스》 등을 나눠주며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는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아이가 15분을 참는 것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하루 2시간을 책 읽기에 쓰느냐,아니면 술이나 게임 등에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경제·교보문고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