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 생태 환경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저(低)임금과 저(低)위안화에 안주했던 기업 경영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저부가가치 경제구조를 고부가산업 위주로 체질을 변경하겠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노림수지만 값싼 노동력을 겨냥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저임금'이란 공식은 이미 깨졌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도농(都農)격차를 해소하고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전국 31개 성시(省市) 중 11곳이 지난 2~5월 최저임금을 평균 19.6% 올렸을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9일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달러당 6.83위안'으로 묶어놓았던 위안화 환율을 절상하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해외 요인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꼽을 수 있다. 이달 말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를 앞둔 중국 정부의 제스처이기도 하다. 중국 내부 요인으로는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9%(전년 동기 대비)로 과열 우려가 커졌고,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3.1% 올라 정부의 물가 방어선(3%)을 넘어섰다는 사실 등을 들 수 있다.

중국이 유연한 환율 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은 세계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라는 부분이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임금 인상과 위안화 절상은 산업 구조조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임금 인상과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키워 내수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도 내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은 큰 이익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저임금을 노리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엔 엄청난 악재다. 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마저 절상되면 제품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국내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한 제품의 절반 정도가 제3국으로 다시 수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 있는 기업들도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은 여러 차례 급격한 위안화 변동 요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유연한 환율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위안화 절상이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안화 가치가 연내 달러 대비 3%가량 절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국의 지난해 대(對)미국 무역흑자가 22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