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주와 정유주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학주가 최근 정보기술(IT) · 자동차에 이어 증시의 '신 트로이카'주로 떠오른 반면,정유주는 여전히 소외된 상태다.

화학주의 고공행진은 LG화학 등 일부 대표주에서 시작해 지금은 거의 전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18일 호남석유는 5.39% 오른 15만6500원으로 7일 연속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금호석유도 5.78% 급등한 5만6700원에 마감해 신고가 기록을 이어갔다. 케이피케미칼과 한화케미칼도 나흘째 상승세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간 화학업종지수 상승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의 두 배인 6.8%에 이른다"며 "국제 유가와 환율,영업실적 등 단기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BP의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태 이후 바닥권이던 유가는 최근 반등 조짐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값도 오르기 때문에 화학업체들에는 호재가 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화학업종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서 수출 여건도 좋아졌다.

그러나 유가 상승의 또 다른 수혜주인 정유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보합인 10만4500원에 마감해 사흘간의 하락세는 멈췄지만 지난달 초(12만원대) 이후 여전히 낙폭이 큰 상태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13.7% 떨어진 5만2300원으로 내려앉았다. GS칼텍스의 지분 50%를 보유한 GS는 지난 4월14일 4만3250원에서 3만6400원으로 두 달 새 18.81% 하락했다.

정성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유산업은 미국 유럽 등의 소비시장 비중이 52%로 높다"며 "선진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원유 수요도 크게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동과 아시아에서 정제 설비가 대폭 증설돼 지난해 세계 정유 설비 가동률은 81.3%로 20년래 최저였다. 화학업종이 신사업 진출과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으로 빠르게 호황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정유주가 부진한 이유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