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은행들의 실적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이자마진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건설사 등의 구조조정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훨씬 못 미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원칙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은행들의 상반기 실적은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은행 순이익 1분기보다 감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1분기에 국민은행이 5203억원,신한은행이 5886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삼성생명 주식 매각 이익 2000억원이 들어왔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액수를 대손충당금으로 쌓느라 당기순이익 규모가 1분기(53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2000억~3000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도 1분기(4046억원)보다 훨씬 적은 1500억~25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올 들어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고 있다"며 "6월 말로 대출 만기 1년 연장이나 보증 특례 등이 끝나기 때문에 미리 충당금을 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해 초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을 조달해 놨는데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자금 운용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출금리가 최저 연 3%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과급도 줄어들 듯

2분기 실적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반기 목표 달성도 버거울 전망이다. 한 은행 개인영업담당 부행장은 "주택 거래 감소로 주택담보 대출이 잘 되지 않아 리테일 부문의 자산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의 영업담당 부행장도 "하반기까지 영업 환경이 호전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업 영업 쪽은 상황이 더 나쁘다. 시중은행 기업영업담당 부행장은 "초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어 대기업 회사채 발행금리가 은행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 낮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선호한다"며 "상반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실적이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영성과평가(KPI)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PI는 성과급 지급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특히 6개월 단위로 평가하는 일부 은행은 상반기 실적을 근거로 7월 또는 9월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은행원들로선 상반기 실적이 나쁘면 성과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정재형/이태훈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