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자산가들도 요즘 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과 부동산 시장은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도 몇 개월째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일단 좋은 투자처가 나타나면 바로 투자할 수 있도록 머니마켓펀드(MMF)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성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투자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은행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얘기다.

◆여전히 단기 안전자산,잠시 쉬어간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부지점장은 "수십억원대 자산가들은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을 이미 80%에서 60~70% 정도로 낮췄고 주식형 상품은 6월에 들어서면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정도"라며 "여전히 안전자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최근 6개월 동안 북한 관련 이슈나 유럽 재정위기 사태 진전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특정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자산 운용에서도 별다른 트렌드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정 부지점장은 "한동안 관심을 받았던 채권형 상품도 늦어도 올해 3분기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며 "대부분 잠시 쉬어 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식형 상품의 경우엔 분할 매수를 하면서 특정 이슈 때문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추가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투자자금이 있는 경우 이를 1억원씩 나눠 시차를 두고 투자한다. 한 달에 1억원씩 6개월 동안 투자를 하고 나머지 4억원은 북한 관련 위기가 이슈화될 때나 두바이 경제위기,그리스,스페인,동유럽 등의 재정위기가 부각돼 주가가 대폭 하락했을 때마다 1억원씩을 투자한다.

◆리스크 감수한다면 ELS,사모펀드

고액 자산가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있다지만 예금 금리는 높아야 연 3~4% 정도에 머물고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마냥 안전자산에만 돈을 묻어둘 수 없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은 "금리가 낮더라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돈을 넣어두고 확실한 투자처가 나타나기 전까지 두고 보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연 3~4% 금리라면 왜 투자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들은 ELS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LS는 조기상환형의 경우 4개월이나 6개월 정도면 투자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아서 투자하고 타이밍이 아니다 싶으면 잠깐 빠져 있기도 한다. 김 팀장은 "시기적으로 주가가 1700선 근처까지 가면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며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은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원금이 보장되는 대신 수익률이 10%대에 불과해 그보다는 ELS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투자자들을 모집해 50억원 정도로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펀드도 적절한 투자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탁미란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고객들이 개별 주식에 별로 접근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하면 사모펀드를 권하고 있다"며 "목표 수익률을 10~20%로 정하고 이게 달성되면 바로 청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주로 1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5억~10억원 정도를 한꺼번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탁 팀장은 "주식형도 많고 주식 채권 혼합형으로 하기도 한다"며 "50억원 정도면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투자처를 바꿀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