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에 있는 이지바이오시스템 농장.농장 한쪽의 커다란 파란색 플랜트 안에는 돼지 분뇨가 가득 담겨 있다. 이 플랜트는 동물 분뇨에서 발전용 가스를 만들어내는 '바이오가스플랜트'(BGP)다. 분뇨를 약 25일간 발효시켜 얻는 다량의 메탄가스(CH4)를 활용해 열병합 발전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농장에서 하루에 발효시키는 분뇨는 70t.1000세대(4인 기준)가 1년간 쓸 수 있는 3500㎿의 전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정일구 이지바이오시스템 차장은 "분뇨에서 발생하는 열은 주변 시설농가에서 쓰고 잔해물은 비료로 재활용한다"며 "분뇨는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효율 자원"이라고 말했다.

동물 분뇨가 새로운 '그린 비즈니스'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농작물 비료로 주로 쓰이던 분뇨를 활용해 발전소를 돌리는 BGP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특히 정부가 2012년부터 동물 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서 1년에 바다에 버려지는 동물 분뇨는 정부 추산 110만t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 하이드로젠파워는 BGP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 회사 허해준 이사는 "200t(하루 처리량 기준) 규모의 BGP 5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총 75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던 메디코도 최근 BGP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여나 메디코 부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300t짜리 BGP를 비롯,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100t급 BGP를 운영하는 이지바이오시스템도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 회사 현영 전무는 "BGP는 무한정 생겨나는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발전효율도 30%대로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월등히 좋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투기가 금지되면 막대한 양의 분뇨가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인프라를 미리 구축해 놔야 앞으로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유니슨 서희건설 에코에너지 등도 국책사업에 참여하거나 민간투자를 받는 형태로 BGP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희설 국립축산과학원 과장은 "현재 10기 정도인 BGP를 2020년까지 국책사업으로만 100기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사업성을 타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BGP사업이 자리잡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GP가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인데도 불구하고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탓에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업체 관계자는 "BGP 하나를 짓기 위해 12가지의 인 ·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역주민의 '님비(Not In My Back Yard · 지역이기주의)'도 극복해야 한다"며 "1년 내내 허가만 받으러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B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BGP로 생산된 전기 가격(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주는 가격)을 태양광 수준인 ㎾당 300원대로 올려주고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우리나라 BGP사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