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리어닝시즌(pre-earning season)'에 돌입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냉랭해졌던 투자심리가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으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1700선 안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적과 업황호전이 기대되는 종목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적기대株, 자동차·항공 등

우선 눈에 띄는 코스피 신고가 종목들은 자동차와 항공 관련주들이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이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을 앞다퉈 내놨었다. 이들은 실적시즌에 앞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17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장중 한때 14만8000원까지 오르며, 지난 14일부터 나흘째 최고가를 다시 썼다. 현대차의 주요 납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고객사 성장에 따른 수혜 기대에 이틀 연속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아차는 이달 8일 신고가를 기록한 뒤, 파업 이슈에 걸려 하락한 이후 주가를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판매증가율과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자동차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이 증권사 이상현 연구원은 "한국업체들의 1~5월 누적판매대수 증가율이 21.5%인데 반해 시장 전체가 3.5%, 유럽업체 6.6% 일본업체 -5.9% 미국업체 -7.7% 등을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업체들은 월등히 높은 판매증가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점유율도 점진적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세도 이에 못지 않다. 대한항공은 6거래일, 아시아나항공은 9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모두 종전의 52주 최고가를 넘어섰다.

◆업황호전株, 석유화학·해운 등

업황호전이 기대되는 석유화학 해운 관련주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신고가를 기록한 27개(우선주 제외) 종목 중 LG화학 한화케미칼 호남석유 금호석유 케이피케미칼 등 5개가 석유화학 관련주였다. 호남석유는 엿새 연속 상승하며, 지난 4월30일 기록한 52주 최고가인 14만8500원을 넘어선 15만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은 연구원은 "5월 이후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석유화학 업황의 일시적인 둔화가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하반기 수요를 감안하면 업황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올 2분기 이후 석유화학 신증설이 급감해, 내년부터 2013년까지의 연평균 공급증가율(2.8%)이 수요증가율(4.8%)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석유화학의 업황은 2013년까지 호황을 보일 것"이라며 "본격적인 업황 호전에서 현시점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 성장이 예상되니 지금 석유화학업종을 사두라는 조언이다.

최근 업황호전 기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운주 중에서는 한진해운이 신고가를 넘어섰다. 솔로몬투자증권은 이날 한진해운이 물동량 증가와 운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올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증권사 전용범 연구원은 "1월부터 꾸준히 운송량이 증가하고 있고, 2분기에는 100만TEU(20피트 컨테이너)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3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수기에 돌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운송량은 최소 현 수준에서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실적 기대감과 업황호전이 기대되는 업종과 종목들에 매기가 몰리면서 관련 종목들이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