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2010년 미국이 말한다…자유를 실현할 뿐, 제국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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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서스-아메리카 제국 흥망사 | 니알 퍼거슨 지음 | 김일영·강규형 옮김 | 21세기북스 | 564쪽 | 2만8500원
세계역사는 본래 '제국의 역사'…미국은 부인해도 현실은 제국
中·EU 추격하지만 아직은 부족
세계역사는 본래 '제국의 역사'…미국은 부인해도 현실은 제국
中·EU 추격하지만 아직은 부족
미국은 제국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고개를 젓는다. 아예 '제국'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제국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공공연하게 미국을 제국이라고 부르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힘은 잠재적으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미국의 실체는 무엇인가.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콜로서스》에서 "미국은 제국"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미국은 국가의 탄생부터 제국적인 파워를 발휘했고,항상 '제국'이었다는 것.그런데도 미국과 미국인들은 스스로 제국과 제국의 국민임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의 미국은 제국이다. 그런데 기묘한 제국이다. 그 부는 막대하다. 그 군사력은 무적이다. 그 문화적 영향력은 놀랄 만하다. 하지만 다른 제국들과 달리 자신의 영향력을 해외로 뻗치는 데 종종 갈등을 겪는 제국이다. "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퍼거슨 교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로 미국과 중국의 공생관계를 설명했고,2007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실체와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을 파헤쳐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인물.'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인들은 오늘날 미국이 지닌 제국적 특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의 힘과 세계적 역할에 대해 '제국의 힘'이 아니라 '자유의 힘'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자유'란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을 의미한다는 것.
가령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선 정부를 수립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다. 미국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정치 · 경제기구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복제'라는 얘기다. 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패권국 미국은 글로벌 파워로 나아갔고,다른 제국주의와 싸우면서 스스로 강력한 제국의 기반을 다졌다. 그렇다고 퍼거슨 교수가 제국주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의 역할을 긍정한다. 그의 말대로 제국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제국이 되려 했던 독일,일본,이탈리아가 서구 유럽의 옛 제국인 영국과 두 신흥제국인 미국,소련이 합친 연합군에 맞서 패배한 전쟁이었다. 냉전 또한 제국 간의 충돌에 불과한 것이었고,신장 · 티베트 · 내몽골 등을 복속시킨 중국의 행동 역시 제국적 팽창의 한 형태다.
따라서 세계체제에서 다극이든 양극이든 단극이든 누군가는 제국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럴 바에야 '자유주의적 제국'이 세계에 유익한 공공재를 제공함으로써,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갖도록 도와주는 게 낫다고 그는 주장한다.
문제는 미국이 '자유주의적 제국'이 될 수 있느냐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제국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라고 묻고 "길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누가 미국을 대신해 '제국'의 역할을 할 것인가.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일까. 그의 답은 '노(NO)'다.
유럽연합은 미국보다 인구가 1.5배나 되고 경제 규모가 미국의 82%나 되며,단일통화(유로화)와 생산성 증가 등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인구노령화로 인한 성장률 감소,실업률 증가,미국보다 22%나 적게 일하는 여가선호,국내 수요의 저성장 등으로 인해 미국의 견제세력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이 보유한 1조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는 재정적자가 심각한 미국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우호적인 공생'은 결코 중국의 이타주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꼬집는다. 이 평형상태가 깨져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달러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게 되므로 이 또한 쉽사리 단정하거나 예단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저자는 "미국과 세계에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위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힘공백,즉 권력에의 의지 결여에서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콜로서스(거인)다운 경제력,군사력,문화력에 걸맞은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자유주의적 제국'이 본질적으로 팽창적,약탈적인 제국의 일반 범주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늘 선량하고 이타적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콜로서스》에서 "미국은 제국"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미국은 국가의 탄생부터 제국적인 파워를 발휘했고,항상 '제국'이었다는 것.그런데도 미국과 미국인들은 스스로 제국과 제국의 국민임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의 미국은 제국이다. 그런데 기묘한 제국이다. 그 부는 막대하다. 그 군사력은 무적이다. 그 문화적 영향력은 놀랄 만하다. 하지만 다른 제국들과 달리 자신의 영향력을 해외로 뻗치는 데 종종 갈등을 겪는 제국이다. "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퍼거슨 교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로 미국과 중국의 공생관계를 설명했고,2007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실체와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을 파헤쳐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인물.'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인들은 오늘날 미국이 지닌 제국적 특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의 힘과 세계적 역할에 대해 '제국의 힘'이 아니라 '자유의 힘'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자유'란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을 의미한다는 것.
가령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선 정부를 수립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다. 미국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정치 · 경제기구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복제'라는 얘기다. 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패권국 미국은 글로벌 파워로 나아갔고,다른 제국주의와 싸우면서 스스로 강력한 제국의 기반을 다졌다. 그렇다고 퍼거슨 교수가 제국주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국의 역할을 긍정한다. 그의 말대로 제국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제국이 되려 했던 독일,일본,이탈리아가 서구 유럽의 옛 제국인 영국과 두 신흥제국인 미국,소련이 합친 연합군에 맞서 패배한 전쟁이었다. 냉전 또한 제국 간의 충돌에 불과한 것이었고,신장 · 티베트 · 내몽골 등을 복속시킨 중국의 행동 역시 제국적 팽창의 한 형태다.
따라서 세계체제에서 다극이든 양극이든 단극이든 누군가는 제국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럴 바에야 '자유주의적 제국'이 세계에 유익한 공공재를 제공함으로써,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갖도록 도와주는 게 낫다고 그는 주장한다.
문제는 미국이 '자유주의적 제국'이 될 수 있느냐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제국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라고 묻고 "길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누가 미국을 대신해 '제국'의 역할을 할 것인가.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일까. 그의 답은 '노(NO)'다.
유럽연합은 미국보다 인구가 1.5배나 되고 경제 규모가 미국의 82%나 되며,단일통화(유로화)와 생산성 증가 등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인구노령화로 인한 성장률 감소,실업률 증가,미국보다 22%나 적게 일하는 여가선호,국내 수요의 저성장 등으로 인해 미국의 견제세력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이 보유한 1조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는 재정적자가 심각한 미국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우호적인 공생'은 결코 중국의 이타주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꼬집는다. 이 평형상태가 깨져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달러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게 되므로 이 또한 쉽사리 단정하거나 예단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저자는 "미국과 세계에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위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힘공백,즉 권력에의 의지 결여에서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콜로서스(거인)다운 경제력,군사력,문화력에 걸맞은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자유주의적 제국'이 본질적으로 팽창적,약탈적인 제국의 일반 범주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늘 선량하고 이타적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