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요타는 이달 중 렉서스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최대 1400만원씩 가격을 깎아주고 있다. 등록세(공급가액의 5%) 대납 및 재구매 고객 현금지원(100만~500만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한국닛산은 최근 중형 세단 '올 뉴 인피니티 M'을 출시하면서 차값을 종전보다 270만원 낮췄다. 배기량을 종전의 3.5ℓ에서 3.7ℓ로 높이고 편의장치를 추가했는데도 가격을 인하했다.

대량 리콜사태와 원 · 엔 환율 급등으로 고전해온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차값을 공격적으로 낮추고 전시장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일본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현대차 등 국산차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낮추고 혜택 늘리고

혼다코리아는 중형 세단 어코드 등 대표 차종에 대해 할인 판매에 나섰다. 어코드를 사면 취득세(2%)를,시빅 하이브리드를 사면 3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각각 지원한다. 2008년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가 현재 5위권 밖으로 밀린 이 회사는 올 11월 글로벌 전략 하이브리드카인 인사이트를 2000만원 중반 가격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쓰비시를 수입 판매하는 MMSK는 올 들어 전 차종 가격을 10~20%씩 일제히 낮췄다. 인하폭은 △랜서 10.7~17.9% △랜서 에볼루션 10% △아웃랜더 8.9~17.8% 등이다.

지난달부터 판매를 개시한 스바루코리아는 서울 부산 등 4개뿐인 전시장을 전국 광역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사장은 "우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린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시승행사를 준비 중"이라며 "준중형 세단 임프레자 출시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리콜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부터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했다. 렉서스뿐만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에 대해서도 무이자 할부판매를 진행 중이다. 닛산은 알티마 무라노 로그 등 3개 대표 차종을 구입하는 사람에 한해 2년간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일본차 점유율 50% 될 것"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이처럼 공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든 덕분이다. 원 · 엔 환율은 작년 초만 해도 100엔당 1600원대로 치솟았지만 현재 2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도요타 · 혼다 리콜 사태가 가라앉은 데다 스바루 등이 한국 시장에 진출,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배경이다. 일본업체 중에선 스즈키 마쓰다 등이 연내 한국에 추가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차의 '무기'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다. 차값을 현대차 기아차 등보다 크게 높지 않게 책정,기존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산차 시장까지 넘본다는 계산이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일본차 업체들은 본사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덕분에 물류나 재고관리 면에서 유리하다"며 "그만큼 가격인하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1~5월 중 국내에서 팔린 일본차는 총 9461대로,전체 수입차 중 27.6%를 차지했다. 혼다가 돌풍을 일으켰던 2008년의 35.5%보다 7.9%포인트 낮은 수치다. '엔고'와 리콜 사태가 발목을 잡아왔던 탓이다. 하지만 일본차 업체들은 수년 내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차와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GM 포드 등 미국차 업체들은 올 1~5월 점유율이 8.9%에 그쳤다.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7년 수입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