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대국민 연설을 가졌다. 그는 사상 최악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재확인했다. 새 에너지 정책 집행을 위한 의회의 관련 법안 처리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에 연설했다. 무엇보다 지난 4월20일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터진 지 두 달이 다 된 가운데 초기 늑장대응으로 환경 피해가 커졌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자는 의도가 짙었다.

그는 "사고 초기부터 연방정부가 나선 데 이어 모든 것을 동원해 기름 유출 사태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사고를 일으킨 영국의 석유메이저 BP에 피해를 완전히 배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앞으로 수일 또는 수주 내 유출되는 원유의 90%를 퍼올리고,BP가 사고 유정 인근에 감압유정을 다 뚫는 늦여름께 완전히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규제당국인 광물관리서비스국(MMS)도 질타했다. 그는 "MMS와 석유업계가 짝짜꿍이 돼 감독이 소홀해졌다"면서 "MMS의 책임자를 연방검찰 출신인 마이클 브롬위치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에너지 정책도 제시했다. 그는 "중국 같은 국가들이 당연히 미국에 있어야 할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일 국부의 약 10억달러를 석유를 사기 위해 해외로 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화석연료 중독을 끝낼 때가 됐지만 석유업계의 로비와 정치적 용기 부족으로 좌절됐다"면서 의회의 에너지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국가적 안위나 이익에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만 오벌 오피스에서 방송 연설에 나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공중폭발 후,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 · 11테러 직후 이곳에서 연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연설도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한 정치적 사면초가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인 GfK가 최근 미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4%는 미 정부의 사고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편 BP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피인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최대 석유 업체인 페트로차이나가 BP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 에너지 전문가도 관영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BP 인수가치가 높다며 중국 기업의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